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87] 세례명 '안티모Anthimus'에 담긴 어원적 의미와 영성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체취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주로 땀냄새이며, 겨드랑이의 액취, 입냄새인 구취, 발냄새, 머리카락 냄새, 살내음 등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자기 자신의 고유한 체취이기에 자신은 잘 모르며, 타인에게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바로 상당히 체취가 독한 편의 동물이라고 합니다만, 유독 한국인들은 전세계에서 독특한 유전자 형질을 보유한 덕에 체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체취가 나기 때문에 그렇기에 향수가 발달되었고 인공적인 방향제로 온갖 악취를 덮으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것은 어떤 정도의 향기일까요? 꽃들 가운데 향기가 강한 꽃들이 바로 장미, 프리지아, 수국 등이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이런 종류의 꽃들이 단 몇 송이들만 있어도 전체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향이 짙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향기’는 이런 꽃들을 수천 수만송이를 채우고도 그 이상의 짙고 강렬한 향기가 아닐까요? 게다가 그 ‘향기’는 꽃의 본성처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어린양 당신 본성인 자비와 용서의 짙은 향기가 아니겠습니까? 또한 그런 당신 본성을 십자가의 길을 통해 닮은 제자들, 아버지 하느님의 자녀들일수록 그 향기가 엄청나게 짙게 배어나지 않을까요?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거룩함이 아니겠습니까?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라고 하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면, 그 향기가 엄청나게 짙게 피어오르지 않을까, 나도 그 향기를 내는 한 송이의 꽃처럼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다소 생소하지만 주위에 종종 있는 세례명인 안티모(Anthimus)라는 이름이 바로 이런 소망을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로마 박해시절의 사제이셨던 순교자 안티모 성인은 많은 사람을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도록 이교도들을 개종시키셨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성인께서는 체포되어 티베르(Tiber) 강에 던져지는 형을 받았으나 극적으로 구조되셨습니다. 그러나 마침내는 결국 다시 체포되어 참수를 당하고 순교하셨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순종으로 가신 순교사제이십니다. 그렇기에 순종의 향기가, 십자가의 향기가, 그리스도의 향기가 너무나도 짙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분이십니다.


게다가 그분의 이름의 어원을 알면 이런 저의 고찰이 이해가 더 깊어집니다. 당신의 이름을 안티무스 혹은 안티모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는 라틴어 안티무스Anthimus에서 파생되었고, 이 안티무스는 다시 그리스어 안토스ἄνθος(anthos)를 라틴어 알파벳으로 음역(音譯)한 것입니다. 이 단어는 그 뜻이 “flower, blossom”이고 이는 곧, “꽃”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안토스라는 그리스어는 “꽃”이란 명사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며, 거기에서 파생된 여러 세례명들, 곧 ‘안토니오’, ‘안티모’ 등은 모두 이 “꽃”이라는 안토스를 뿌리로 삼는 이름입니다. 모두가 향기를 품고 있어서 그 향기를 발산해야 마땅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향기로, 더욱더 강렬한 향기로 뿜어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고 한다면, 이 안토스 계열의 세례명들은 얼마나 그 사명을 본질로 알아들어야 하겠습니까?


향기는 분명 생각과 말과 행위로 퍼트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말은 말씀을 기반으로, 생각은 주님의 성령에 완전히 사로잡히는 것을 기반으로, 행위는 닮아갈수록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십자가의 길로 인도된다는 점을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열심히 실천해야 한다는 피로와 부담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마이스터 에카르트 사제가 이야기하였듯이 우리 모두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허리케인 속으로, 사랑의 친밀한 통교 속으로 어서 들어가도록 합시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