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체취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주로 땀냄새이며, 겨드랑이의 액취, 입냄새인 구취, 발냄새, 머리카락 냄새, 살내음 등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자기 자신의 고유한 체취이기에 자신은 잘 모르며, 타인에게는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바로 상당히 체취가 독한 편의 동물이라고 합니다만, 유독 한국인들은 전세계에서 독특한 유전자 형질을 보유한 덕에 체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체취가 나기 때문에 그렇기에 향수가 발달되었고 인공적인 방향제로 온갖 악취를 덮으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것은 어떤 정도의 향기일까요? 꽃들 가운데 향기가 강한 꽃들이 바로 장미, 프리지아, 수국 등이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난 이런 종류의 꽃들이 단 몇 송이들만 있어도 전체 공간을 가득 채울 정도로 향이 짙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향기’는 이런 꽃들을 수천 수만송이를 채우고도 그 이상의 짙고 강렬한 향기가 아닐까요? 게다가 그 ‘향기’는 꽃의 본성처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어린양 당신 본성인 자비와 용서의 짙은 향기가 아니겠습니까? 또한 그런 당신 본성을 십자가의 길을 통해 닮은 제자들, 아버지 하느님의 자녀들일수록 그 향기가 엄청나게 짙게 배어나지 않을까요?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거룩함이 아니겠습니까?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서 배우라고 하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면, 그 향기가 엄청나게 짙게 피어오르지 않을까, 나도 그 향기를 내는 한 송이의 꽃처럼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다소 생소하지만 주위에 종종 있는 세례명인 안티모(Anthimus)라는 이름이 바로 이런 소망을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로마 박해시절의 사제이셨던 순교자 안티모 성인은 많은 사람을 그리스도의 향기를 품도록 이교도들을 개종시키셨다고 전해집니다. 그래서 성인께서는 체포되어 티베르(Tiber) 강에 던져지는 형을 받았으나 극적으로 구조되셨습니다. 그러나 마침내는 결국 다시 체포되어 참수를 당하고 순교하셨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을 끝까지 순종으로 가신 순교사제이십니다. 그렇기에 순종의 향기가, 십자가의 향기가, 그리스도의 향기가 너무나도 짙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분이십니다.
게다가 그분의 이름의 어원을 알면 이런 저의 고찰이 이해가 더 깊어집니다. 당신의 이름을 안티무스 혹은 안티모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는 라틴어 안티무스Anthimus에서 파생되었고, 이 안티무스는 다시 그리스어 안토스ἄνθος(anthos)를 라틴어 알파벳으로 음역(音譯)한 것입니다. 이 단어는 그 뜻이 “flower, blossom”이고 이는 곧, “꽃”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안토스라는 그리스어는 “꽃”이란 명사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며, 거기에서 파생된 여러 세례명들, 곧 ‘안토니오’, ‘안티모’ 등은 모두 이 “꽃”이라는 안토스를 뿌리로 삼는 이름입니다. 모두가 향기를 품고 있어서 그 향기를 발산해야 마땅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향기로, 더욱더 강렬한 향기로 뿜어내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이라고 한다면, 이 안토스 계열의 세례명들은 얼마나 그 사명을 본질로 알아들어야 하겠습니까?
향기는 분명 생각과 말과 행위로 퍼트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말은 말씀을 기반으로, 생각은 주님의 성령에 완전히 사로잡히는 것을 기반으로, 행위는 닮아갈수록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십자가의 길로 인도된다는 점을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열심히 실천해야 한다는 피로와 부담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마이스터 에카르트 사제가 이야기하였듯이 우리 모두가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의 허리케인 속으로, 사랑의 친밀한 통교 속으로 어서 들어가도록 합시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