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 Paulus '페트루스' '파울루스'가 라틴어로 올바른 표기이지만, 우리는 '베드로' '바오로'로 표기하고 부르고 있는 것도 동일한 원칙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투명과 순백을 가진 여인의 이름인 '글라라'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요? 우선 '순백의 믿음'을 지녀야합니다. 글라라 성녀는 십자군 전쟁 시기에 살았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오스만 투르크(이슬람) 사람들이 수녀원을 향해 처들어올 때에 자매들의 요청을 받습니다. 우리가 피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그러나 글라라는 '순백의 믿음'을 지녔습니다. 다시 말해,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고 믿었습니다. 주님께서 보호해주실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순백'의 성체가 모셔진 성광을 들고 창밖을 향해서, 처들어오던 이슬람 사람들을 향해 성광을 보였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이 자기들의 걸음을 멈추고 물러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라라 성녀를 두고 '순백의 믿음, 순백의 성체기적'을 가진 성녀라고 합니다. 오늘날도 성녀를 표현할 때에 성광을 자주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글라라수도원에서 성체공경신심은 가장 첫머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명한 지성'을 갖고 신앙을 제대로 이해하였다는 점입니다. 글라라는 원래가 귀족의 딸로서, 아주 고매한 지성을 지니고 있었던 여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프란치스코를 만나서, 밤에 자기집을 몰래 나와서 프란치스코를 찾아가 삭발례를 거치고, 프란치스코의 첫번째 여제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항상 신앙 속에서 우애를 나눴습니다. 혹자는 둘 사이를 두고 흔히 드라마에서 그리는 로맨스가 있었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싶지는 않습니다. 설령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요 핵심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을 항상 곁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다보니, 프란치스코의 가르침을 그 누구보다도 투명하게, 올바르게 이해한 '지성'이었다고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리스도교 여인들 가운데 완덕을 살아낸 성녀로 시성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글라라라는 이름에는, 주님의 도움으로 신앙을 '투명하게 이해하는 지성'을 갖추는 길로 걸어가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용감하고 지혜로운 여인'이라는 길이 떠오릅니다. 교황에게까지도 굽히지 않으면서, 원초에 프란치스코가 원했던 복음정신의 근본적 실천을 위해 용감하면서도 지혜롭게 교황청과 맞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의 친필로 작성한 '가난의 특전' 회칙을 들고, 교황청의 인준을 받은 후에 선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두고 '용감하면서도 지혜로운 믿음의 여인'으로 보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글라라라는 이름 속에는 '순수한 믿음, 투명한 갈망,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믿음, 희망, 사랑'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이 이름을 자신의 세례명으로 삼는 자매님이라면, 언제나 신앙 속에서 굳건하게, 용기있게, 사랑스럽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길을 걷도록 주님께 도움을 청해야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