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신앙은 항상 본질과 형식의 딜레마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편향되기만 한다면 항상 길이 어긋날 수 있으며, 그때마다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주님의 메신저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주님은 그렇게 교회를 통치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오늘 만나는 성 메토디오 대주교도 슬라브 그리스도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 인물이었습니다.
본디 그리스어로 From μετ᾽ (메타met᾽, 관심, 추구“concerning pursuit”) + ὁδός(호도스hodós, 길“road, way”),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따라야 할 길”(the way to follow)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메토디오 성인의 이름은 그 성인의 노선과 삶이 주님이 주신 모범의 길, 우리가 “따라야 할 길”이 되는 것입니다. 과연 이 성인은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요?
그는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형인 성 치릴로와 함께 고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형과 함께 863년 모라비아인(체코 공화국 내의 모라비아 지역에서 온 서부 슬라브 민족 그룹)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라는 사명을 받고 그곳으로 파견되었습니다. 비록 그들을 개종시키지는 못했지만, 그 두 형제의 슬라브어 실력이 대단하였습니다. 현재의 러시아어를 키릴문자라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이 치릴로 성인의 공로가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동생 메토디오 대주교는 자신의 형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라틴어 중심주의를 주장하던 당시 게르만교회와 갈등을 빚게 되었습니다. 이제 라틴교회에 새로운 민족언어인 슬라브어가 등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민족의 고유성을 존중하는 것을 옹호하던 메토디오 성인은 당연히 슬라브어 전례서의 편찬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박해를 받았으나, 후에 교황 요한 8세가 슬라브어 전례서 사용에 대하여 제한적으로 허가를 해주었기에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투쟁을 하던 가운데 성 메토디오와 성 치릴로는 슬라브 민족의 수호성인으로 칭송이 되었고, 동유럽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에서 추앙을 받는 성인이 되셨습니다. 현재는 그가 했던 슬라브어 전례는 러시아 전례가 되어 러시아, 세르비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그대로 전해져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1985년에는 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었습니다.
박해와 반대를 받는다고 해도 주님께서 주신 소명을 끝까지 다 달리는 사람, 위축된 신앙에 새로운 활력을 다시 성령님과 함께 불어넣는 창의적인 사람, 그런 주님의 종이 바로 성 메토디오 대주교이셨습니다. 우리도 형식과 규범에 갖힌 신앙과 일상에서 갖혀 있을 것이 아니라, 무엇이 주님의 마음에 더 드는지 찾아보도록 합시다. 적극적으로 더 찾아나설수록 살아갈 힘을 더 크게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2).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