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신이 지혜롭다고 외치던 '소피스트'들조차도 흠모하던 단어입니다. 원래 그리스철학에서는 신들의 세계 속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 즉 신비(神秘)를 인간이 알아차리는 것을 두고 '지식 중의 지식', 즉 '上智'(상지)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모든 학문활동과 정치경제활동의 궁극적 종착역이 되었던 것이지요. 다신론적인 신화국가에서 해당 직능의 주재신이 자신의 비밀을 밝혀서 알려주고, 그것을 인간이 알아차릴 때 그는 '소피아'를 알았다고 평가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신비'를 인간이 갈구하는 것을 두고 愛智學 (애지학), 즉 philosophia (필로소피아, 철학)이 되었습니다. 모든 분야에 핵심적인 원리나 원칙이 되는 것은 본디 신이 갖고 있는 것이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지성으로도 그것에 접근할 수 있다는 믿음 하에서, 애지학이 발달되었고, 우리는 우리의 지성으로, 그 핵심 원리와 원칙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말 '지혜'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이렇게 됩니다: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해내는 정신적 능력," 그래서 지혜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현실 안의 원리를 빨리 꿰뚫어보고, 혹시나 거기서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라면 그것을 정확하게 처리해내는 능력을 지칭합니다. 나아가 그리스도교에서는 그런 능력을 주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시라는 것부터 알아차리는 것을 두고 '지혜'라고 일컫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이요 마침이시며, 알파요 오메가이신 분이 바로 영원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이라는 것을 우리가 알아차리고 거기에 기반하여 모든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을 두고 '지혜'라고 지칭하는 것입니다.

성녀 소피아
 그런 점에 충실하였던 성녀가 바로 좌측의 성녀 소피아입니다. 그녀는 로마박해시대의 초대 그리스도교인이었고, 자신의 세 딸인 피데스, 스페스, 카리타스 (축일 8월 1일)가 순교자가 되었지만, 3일 후에 딸들의 무덤에 가서 기도하다가 평화롭게 선종하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딸을 잃었지만, 그 모든 것의 시작과 마침이 결국 하느님이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그녀는 기도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주님께서도 알아주셔서 평화롭게 선종할 수 있게 만드셨으리라 믿습니다. 

앎 중의 앎, 이치를 깨닫고 거기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순간적인 감정적 충동이나 맹목적인 충성심 등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소피아'라는 이름을 자신의 세례명이나 수도명으로 간직하신 분들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표면적인 현상이나 사건에 집중하지 말고, 그것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나왔으며,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 항상심사숙고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주님께서 이 모든 것을 처분해주실 것을 믿고 그분께 간청하는 것이 요청됩니다. 그리하여 언제나 '시작이요 마침이며 알파요 오메가이신' 주님을 신뢰하는 자세를 간직하는 것이 이 세례명이 가르쳐주는 신앙인의 삶이라고 하겠습니다. 

"야훼를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깊이 아는 것이 슬기다."
(잠언 9,10, 공동번역성서)

댓글

  1. 박희진 루케시오 신부님
    신구약 성서 공부를 집 컴퓨터 화면 큰 것으로 공부 하고 싶어서 가입했습니다.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