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리 속에 익숙한 남자 이름이 바로 ‘레오나르도’입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부르는, 예술과 의술의 거장이었던 빈치(Vinci)의 ‘레오나르도’, 그리고 미국의 유명한 남자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은 왠지 멋있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포르토 마우리지오의 |
성인들 가운데, 그리고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성인들 가운데 이 멋진 이름을 간직하신 분이 있어 오늘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분은 이태리 북서부 리구리아(Liguria) 지방의 작은 도시 포르토 마우리지오(Porto Maurizio) 출신의 성 레오나르도 신부님입니다. 이분은 프란치스칸 사제이셨고, 무엇보다도 오늘날 우리가 바치고 있는 ‘십자가의 길(Via Crucis)’을 널리 전파하신데 1등 공신이셨습니다. 본디 십자가의 길은 예루살렘에 있는 7km의 십자가의 길을 순례자들이 걸으며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이었으나, 이것은 레오나르도 성인을 필두로, 1686년 교황 인노첸시오 11세가 프란치스코회 모든 성당에 십자가의 길을 설립하도록 허락하셨고, 1731년 교황 클레멘스 12세는 수도회 이외 모든 곳에서도 십자가의 길을 설립하도록 확대 허용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십자가의 길 기도신심의 전파에 제일 으뜸이셨던 이 성인을 소개해 드리는 동시에, 이 레오나르도라는 이름 속에 숨겨진 영적 섭리도 아울러 밝혀보고자 합니다.
이 이름은 본래 게르만어 어원을 갖고 있는 고대 프랑스어 이름입니다. 그래서 레오나르드Leonard라고 하는데, 이는 두 부분의 합성어입니다. 우선, 레온Leon은 ‘사자Lion’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생략된 것이 바로 ‘h’인데 이것을 되살리면 ‘hard’라는 게르만어가 나타나고, 이것의 의미는 ‘척박한 환경에 강인한(hardy), 용감한(brave), 강력한(strong)’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세에는 흔치 않은 이름이었으나, 19세기에 들어서 매우 인기 있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변형으로는 레너드(Lennard)이며, 약칭으로 렌(Len)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종합하면, 어원적으로는 ‘어떤 척박한 환경에도 강인하고, 용감하고, 강력한 수사자와 같은 남자’를 두고 ‘레오나르도’라고 하는 뜻일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사자가 게으르고 무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기보다 체중이 4배 이상으로 나가는 성체 물소나 몸집이 더 큰 하마를 기습 공격해서 사냥할 정도로 정해진 목표달성에는 모든 것을 쏟아내는 본성이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밀림의 왕으로서 보호 본능도 적극적으로 발휘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영성적으로 해석하면, 레오나르도라는 이름을 가진 형제님들은 주님과 교회의 자녀들을 위해 어떤 척박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불굴의 의지와 용맹으로 수사자처럼 목표를 이뤄내는 영적 투쟁의 승리자가 되라는 섭리를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도 오늘 만나고 있는 성 레오나르도 사제께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이태리 전역에 퍼트리신 점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현존하는, 로마 콜로세움 바로 곁의 성 보나벤투라 수도원(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라치오 관구 소속)에서 머무셨고, 1703년에 사제서품을 받으셨습니다. 성모님의 은혜로 결핵이 치유되기도 하였고, 회개와 관상, 성체신심과 설교에 있어서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분의 설교를 듣던 모든 청중들이 아주 자주 회개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고, 그분의 불같은 설교 말씀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었기에, 레오나르도 성인께서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며 믿음을 살리는 일에 누구보다도 으뜸이셨습니다. 얼마나 그분의 설교와 회개에 대한 열정이 컸으면, 성 알퐁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께서도 레오나르도 성인을 두고 ‘우리 시대에 누구보다 더욱더 큰 선교사’라고 칭송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십자가의 길 기도를 널리 전파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우셨습니다. 그래서 이태리 전역에 500여개 이상의 본당에 십자가의 길이 설치되었습니다.
매 25년마다 열리는 희년이 1750년에 있었을 때에, 레오나르도 성인을 가장 높이 평가하시던 교황 베네딕토 14세께서 콜로세움에서 초세기 박해받았던 그리스도교 순교자들을 기리면서 처음으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전통은 매년 성 금요일이 되면 교황님들께서 오후 3시 십자가의 길을 콜로세움에서 주관하시는 것도 바로 성 레오나르도 사제 덕분입니다. 전통에 충실하셨으면서도 또한 교회가 끊임없이 쇄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굳게 주장하셨던 분이셨습니다. 끊임없이 입술과 마음으로 “저의 예수님, 제게 자비를”이라고 기도하였으며, 예수님의 거룩하신 이름과 성모님의 원죄 없는 잉태에 대한 신심에 열렬한 지지자였으며, 십자가의 길을 통해 많은 이들을 참된 회개로 이끈 프란치스칸 성인 사제요 순회설교자이셨습니다. 열정이 식었고, 절망은 커진 오늘 이 시점에도 강인한 사자처럼, 요한 세례자처럼 우리에게 뜨겁게 불같이 설교하시는 성인의 금언(金言)을 새겨 봅시다. 신앙은 취미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혼돈과 불안한 이 세상에서 유일한 나의 살 길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슬픔에서 떠나십시오. 주님을 위해 일하는 우리는 마음이 가벼워야 합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수난을 명심한다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피할 수 없는 삶의 역경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포르토 마우리치오의 성 레오나르도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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