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델란드를 떠올리면 흔히 풍차, 튤립의 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빠진 것이 바로 맥주 가운데 하나인 하이네켄Heineken의 고향이기도 하고, 또한 아이스 스케이팅이 유명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성녀 리드비나는 네델란드 성녀이며 스케이트와 인연이 깊은 성녀입니다. 이 성녀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네델란드는 잘 아시다시피 유럽대륙의 북서쪽에 위치합니다. 매우 추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기후는 온화한 편이며, 습하기도 하고 강력한 서풍이 불어오기 때문에 이 바람이 풍차를 돌려 왔습니다. 특히 겨울에 습하고 으슬으슬 추운 유럽의 기후 때문에, 그리고 겨울에 영하 14~18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 때문에 쉽게 냉동창고처럼 온 나라가 변화되기 쉬운 편입니다. 그래서 만약 네델란드 전역 온 도시의 운하가 얼게 되면, ‘엘프스테덴도흐트Elfstedentocht’라는 빙상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네델란드 프리슬란트주의 강과 운하를 통해 총 11개의 도시를 일주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대회로, 18세기부터 시작된 북부 네델란드의 전통적 행사입니다. 몇 년에 한번씩 일어나는 강추위로 이곳이 천연빙상장이 되는 것입니다. 약 200Km의 코스를 끝까지 도달한 사람들에게 기념 메달을 수여하며, 대회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우승컵과 함께 엄청난 대우를 받게 됩니다. 게다가 네델란드에서 스케이트는 국민 스포츠이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스케이트를 탑니다. 그러니까 네델란드에서 스케이트를 누구나 동네마다 연령에 상관없이 타다보니, 네델란드가 세계적으로도 스케이팅 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만나고 있는 리드비나 성녀(1380-1433)도 네델란드 스히담 출생의 소녀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의 어원에는 네델란드어/고대독일어의 발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원래 영어식 표기인 리드비나Lidwina는 네델란드어/독일어의 루드비나Ludwina의 변화형입니다. 이는 다시 남성형인 루드빈Ludwin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루드빈은 로이트빈Leutwin이라는 독일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로이트Leut는 “사람들”이라는 뜻이고, 빈win은 “친구”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리드비나/루드비나’라는 세례명의 뜻은, 곧 “사람들에게 영적으로 친절하게 다가가는 벗이 되는 여인”이라는 뜻이 됩니다. 특별히 성녀 리드비나가 겪었던 생애와 기적들을 살펴보면, 그녀가 어떤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영적인 벗’이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성녀 리드비나는 16세가 되던 어느 겨울에 또래 여자아이들과 함께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넘어졌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졌고, 들것에 실려서 집에 옮겨질 정도로 크게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된 이후부터 계속해서 침대에 누워서 지내게 되었는데, 몸의 일부가 굳어지고 마비가 시작되었으며, 상처 부위가 덧나서 썩어 들어가는 등의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에 그녀는 한 번도 완쾌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그녀는 대부분의 자신의 시간을 기도하고 묵상하는 것으로, 자신의 고통을 하느님게 봉헌하는 것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성인들의 위로를 받거나 천국과 지옥을 환시로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성광이 나타난 기적도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찾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녀도 자신의 질병 때문에 계속해서 울기만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점점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일 자세가 생기게 되었고, 그런 고통이 이제 자신이 하느님으로부터 특별한 신적 사랑을 받는 증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무한한 신뢰를 드리며, 죄인들을 위한 희생과 보속의 고통을 봉헌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굴의 성녀로 기억되었던 것입니다.
네델란드 스히담Schiedam의 리드비나 성녀는 53세에 선종하였는데, 끊임없는 단식과 자신의 신비체험을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1859년에 스히담에 그녀의 이름을 딴 성당에 세워졌고, 1890년에 레오 13세 교황은 그녀를 시성하였습니다. 이후에 그녀는 빙상인들의 주보성인이며, 만성질환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의 주보로 기억되며 공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평생 로마서 12장 1절의 말씀을 몸소 보여준 성녀였습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거룩한 산 제물이 되는 소명, 평생 십자가를 지고서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하는 부르심을 살아간 특별한 영혼이었습니다. 수많은 죄인들을 위한 고통의 봉헌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간구하였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를 보고서라도 우리는 어떤 경우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포기하시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포기하고 실망하지 않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질병과 재난마저도 은총의 현관으로 쓰실 수 있는 전능하신 분이신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능하다고 학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자신의 문제에 매몰되어 사는 신앙인이 되지 맙시다. 오히려 리드비나처럼 고통 받는 사람들, 포기하는 사람들의 ‘영적인 벗’으로 살아가는 소명을 이루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합시다. 그것이 리드비나를 세레명으로 삼는 이들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생명의 끈입니다.
“만약에 내가 성모송을 단 한번만이라도 바쳐 치유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성녀 리드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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