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여성의 이름들 가운데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마틸다"(Matilda)입니다. 오묘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전해주는 이 이름을 사용하는 여배우나 여주인공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1996년에는 '마틸다'라는 이름으로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그 줄거리도 여주인공이 자신의 초능력인 염력으로 교장 선생님과 맞선다는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틸다라는 이름 자체가 주는 기묘하고도 신비스러운 느낌이 동서를 막론하고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 이름이 왜 신비스러운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름의 어원과 그 이름을 쓴 성녀가 어떻게 살았길래, 하느님께서는 이 '마틸다'라는 이름을 허락하신 것일까요?
이 마틸다(Matilda)라는 이름은 원래 독일 게르만어에서 파생된 어휘들을 라틴어식으로 표현한 이름입니다. 원래 마틸다는 게르만어로 '마히틸트 혹은 메히틸다'였습니다. 자세히 어원을 구분해서 분석하면 이렇습니다. 게르만어로 '힘, 권능'(might)을 뜻하는 '마흐트macht, 메흐트mecht'가 있고, '싸움, 전투, 투쟁'(battle)을 뜻하는 '힐트hild'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어휘의 합성어로 "투쟁의 힘, 싸울 권능, 힘찬 투쟁"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 '마틸다'라고 하겠습니다.
이 '메히틸다'라는 이름을 지닌 대표적인 성녀는 누구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자매 모두가 수녀였던 독일 하크본(Hackeborn)의 성녀 '메히틸다'(1240-1298)가 단연코 이런 이름의 뜻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언니는 제르투르다 수녀입니다. 언니는 독일 로더스도르프(Rodersdorf)의 베네딕토수녀회 원장으로 있었고, 언니와 함께 잠시 수녀원에 살면서 수도생활에 매력을 느껴 7살부터 수녀원에서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학업도, 덕행도 훌륭히 진보하였습니다. 18세에 종신서원을 하였고,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학교의 교육을 담당하였습니다.
1261년에는 후에 위대한 성녀가 될 여자아이인 제르투르다가 그녀가 담당하는 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제르투르다의 교육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때 메히틸다 성녀는 자신의 제자인 제르투르다를 돌봐주고 지도하면서, 자신도 함께 수많은 초자연적인 신비체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자인 제르투르다가 그리스도의 발현을 체험한 후에 제자가 이에 대해 저술하려고 할 때, 그녀가 만류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메히틸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하느님 사랑의 사자(Legatus Divinae Pietatis)'라는 대표작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메히틸다도 제르투르다와 함께 여러 체험을 하면서, 주님의 힘을 강하게 느꼈고, 예수 성심 신심에 대하여 특별한 강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숨을 거둘 무렵인 1298년 11월 19일에도 "자비로우신 예수님!"이라고 외치며 선종하였습니다. 이후 베네딕토회와 시토회, 트라피스트회에서는 그녀의 선종일에 맞춰 11월 19일에 성녀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한평생 주님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수도자이지만, 자주 자기 힘으로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도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주님의 힘으로 힘찬 투쟁을 이 지상에서 벌여야 하지만, 자기의 계획과 지력과 이기심으로 싸움을 걸면서 살아가는 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이 여전히 이 세상에 살아계시고, 다스리시고, 이끄신다는 진리를 믿는 이들에게 계속해서 각인시켜 주고 싶으신데, 어느 누가 힘찬 투쟁을 벌여나가려고 전진하지 않기 때문에 슬퍼하십니다. 이런 가운데 용감한 여인, 담대한 여인, 힘찬 투쟁을 벌여갈 신비로운 여인인 '메히틸다'가 하나의 모범이 되지 않습니까? 주님만의 '마틸다'로, 모든 이들의 '마틸다'로 살아가실 담대한 딸을 주님은 간곡히 찾고 계십니다. 혹시 '마틸다'라는 이름을 세례명으로 쓰고 계신다면, 당장 지금부터 신비로운 권능에 힘입어 힘찬 영적 투쟁을 시작하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럼 주님께서 함께 싸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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