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71] 세례명 '에프렘'(Ephrem)에는 어떤 뜻이 담겨진 것일까요?

 

역사는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기념하며, 미래를 도모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매사의 교훈을 역사 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정석입니다. 교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대교회의 온갖 이단들과 분열주의자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 그들의 공로를 기념하며,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역사적 지향점을 도모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허실과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교회사와 그 속의 인물들을 탐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볼 인물은 바로 이 맥락에서 간과할 수 없는 한분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시리아 에데사(Edessa)의 성 에프렘(Ephrem) 부제입니다. 이분의 삶과 업적을 보면 하느님께서 왜 그에게 ‘에프렘’이라는 이름을 선물하셨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 에프렘이라는 이름은 원래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의 열두 아들 가운데 한명의 이름입니다. 창세기 41장 52절에 보면, “하느님께서 내 고난의 땅에서 나에게 자식을 낳게 해 주셨구나”라고 요셉이 감탄하면서 둘째 아들의 이름을 에프라임(Ephraim)이라고 합니다. 히브리어로 אֶפְרָיִם(에프라임)이라고 하며, 그 뜻은 ‘fruitful’(생산적인, 유익한, 다산의)이라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로 풍성한 결실을 얻는 말합니다. 그 열매는 주님으로부터 왔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분의 삶에서 드러난 이름과 연관된 하느님의 섭리를 한번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는 기원후 306년 현재 터키의 누사이빈(Nusaybin)의 전신인 니시비스(Nisibis)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브닐(Abnil)이라는 이방신의 사제였는데, 그가 18세가 되던 해에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여 세례를 받았고, 이를 알게 된 부모가 모두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주교인 야고보의 문하생이 되어 양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니시비스가 페르시아제국의 치하에 갔을 때에 부제로 서품이 되었고, 에데사(Edessa, 그리스의 작은 마을도시, 현재는 터키의 우르파Urfa에 해당)로 건너가서 거기에 학교를 세웠습니다. 금욕주의와 고행을 통하여 일종의 수도생활을 하였고, 설교직무를 결코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시리아교회에서 성음악, 성서주석, 호교론, 시 등 다방면에서 많은 성과를 거둡니다. ‘성령의 하프’ ‘동정녀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받았으며, 마리아의 원죄 없으심을 특은으로 강조하며, 마리아에 대한 찬가를 여인의 목소리로 번역한 최초의 사람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성자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는 아리우스주의 이단에 직면하여 싸우기도 하였고, 영지주의와도 대면하여 싸웠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글들을 시리아어로 저술하였고, 그의 글들이 그리스어, 아르메니아어, 라틴어로 번역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주교품을 받는 것을 사양할 정도로 평생 겸손하게 살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데 열성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열매들을 통하여 그리스도교의 완덕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신앙의 스승이요 모범이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마태 7,16-17)는 복음말씀이 육화된 모범을 성 에프렘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시리아어를 쓰는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더 탁월한 인물로 대표되었습니다. 

아주 고유한 방식으로 신학자로서의 소명과 시인으로의 부르심을 조화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성 에프렘은 우리에게 위대한 신학적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분이 남기신 고귀한 작품은 다음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일반 산문집, 산문시편집, 강론집과 찬가들. 성인은 아주 다방면에서 풍성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드신 작가입니다. 그분 작품의 특수성은 바로 신학과 시를 서로 만나게 하신 업적에 있습니다. 그분의 가르침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 질문에 매달려야 합니다. ‘성인은 시의 형식으로 신학을 하셨다.’ 시는 성인에게 있어 시가 가진 역설과 이미지들을 통해서 신학적 묵상을 심화시키도록 해 줍니다. 동시에 그분의 신학은 전례가 되기도 하며,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성인은 사실 가장 위대한 작곡가였으며, 음악가였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댓글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