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를 기록하고, 현재를 기념하며, 미래를 도모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매사의 교훈을 역사 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정석입니다. 교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대교회의 온갖 이단들과 분열주의자들을 기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 그들의 공로를 기념하며, 앞으로 교회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역사적 지향점을 도모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허실과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교회사와 그 속의 인물들을 탐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볼 인물은 바로 이 맥락에서 간과할 수 없는 한분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시리아 에데사(Edessa)의 성 에프렘(Ephrem) 부제입니다. 이분의 삶과 업적을 보면 하느님께서 왜 그에게 ‘에프렘’이라는 이름을 선물하셨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 에프렘이라는 이름은 원래 창세기에 나오는 요셉의 열두 아들 가운데 한명의 이름입니다. 창세기 41장 52절에 보면, “하느님께서 내 고난의 땅에서 나에게 자식을 낳게 해 주셨구나”라고 요셉이 감탄하면서 둘째 아들의 이름을 에프라임(Ephraim)이라고 합니다. 히브리어로 אֶפְרָיִם(에프라임)이라고 하며, 그 뜻은 ‘fruitful’(생산적인, 유익한, 다산의)이라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로 풍성한 결실을 얻는 말합니다. 그 열매는 주님으로부터 왔음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 분의 삶에서 드러난 이름과 연관된 하느님의 섭리를 한번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는 기원후 306년 현재 터키의 누사이빈(Nusaybin)의 전신인 니시비스(Nisibis)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브닐(Abnil)이라는 이방신의 사제였는데, 그가 18세가 되던 해에 그리스도교로 개종하여 세례를 받았고, 이를 알게 된 부모가 모두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주교인 야고보의 문하생이 되어 양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니시비스가 페르시아제국의 치하에 갔을 때에 부제로 서품이 되었고, 에데사(Edessa, 그리스의 작은 마을도시, 현재는 터키의 우르파Urfa에 해당)로 건너가서 거기에 학교를 세웠습니다. 금욕주의와 고행을 통하여 일종의 수도생활을 하였고, 설교직무를 결코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시리아교회에서 성음악, 성서주석, 호교론, 시 등 다방면에서 많은 성과를 거둡니다. ‘성령의 하프’ ‘동정녀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받았으며, 마리아의 원죄 없으심을 특은으로 강조하며, 마리아에 대한 찬가를 여인의 목소리로 번역한 최초의 사람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성자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는 아리우스주의 이단에 직면하여 싸우기도 하였고, 영지주의와도 대면하여 싸웠습니다. 게다가 수많은 글들을 시리아어로 저술하였고, 그의 글들이 그리스어, 아르메니아어, 라틴어로 번역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주교품을 받는 것을 사양할 정도로 평생 겸손하게 살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데 열성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열매들을 통하여 그리스도교의 완덕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신앙의 스승이요 모범이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마태 7,16-17)는 복음말씀이 육화된 모범을 성 에프렘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시리아어를 쓰는 그리스도교 사상에서 더 탁월한 인물로 대표되었습니다.
아주 고유한 방식으로 신학자로서의 소명과 시인으로의 부르심을 조화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성 에프렘은 우리에게 위대한 신학적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분이 남기신 고귀한 작품은 다음의 네 가지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습니다: 일반 산문집, 산문시편집, 강론집과 찬가들. 성인은 아주 다방면에서 풍성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드신 작가입니다. 그분 작품의 특수성은 바로 신학과 시를 서로 만나게 하신 업적에 있습니다. 그분의 가르침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 질문에 매달려야 합니다. ‘성인은 시의 형식으로 신학을 하셨다.’ 시는 성인에게 있어 시가 가진 역설과 이미지들을 통해서 신학적 묵상을 심화시키도록 해 줍니다. 동시에 그분의 신학은 전례가 되기도 하며,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성인은 사실 가장 위대한 작곡가였으며, 음악가였습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
좋은 글 올려주셔서 알게되네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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