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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65] 세례명 '가롤로Carolo'에 담긴 뜻과 영성은 무엇일까요?


성 가롤로 보로메오St. Carolo Borromeo
축일: 11월 4일

제 고향은 경상북도 군위군입니다. 저의 본관인 월성 박씨 종가가 바로 제 고향인 경상북도 군위군 우보면 나호1리에 있습니다. 저는 비록 어린 시절부터 대구에서 나고 자랐지만, 항상 종가가 있는 곳이 고향이라는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에 항상 고향을 군위군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연의 일치인지, 또한 하느님 아버지의 섭리 때문인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생가가 바로 저희 고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의 출신본당인 대구대교구 군위성당 관할구역 내에 있기도 하고, 가까운 편이라서 김수환 추기경님 돌아가신 이후에 자주 찾아보았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민주화 역사에 아주 중심적인 중요한 분이십니다. 그래서 교회 안팎으로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에 그분을 위해 많은 추모객들이 명동성당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지도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분 말씀의 향기를 되뇌이고자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남기신 어록 가운데 제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당신이 태어났을 땐 당신만이 울었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엔 당신 혼자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살라.”

그렇게 그분께서는 당신 말씀대로 사셨고, 당신 주위의 많은 이들이 울도록 만드시고 떠나셨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그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전에 자신들이 울면서 보냈던 추기경님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보여주셨던 ‘외유내강의 담대함’이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성 가롤로 보로메오 추기경님도 그런 ‘외유내강의 담대함’의 모범을 중세교회사에서 보여주셨던 분입니다. 그리고 그분께서 보여주셨던 담대함이 바로 지극한 하느님 사랑과 이웃에 대한 겸손한 태도와 무관하지 않았던 점에서도 김수환 추기경님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추기경님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특별히 가롤로 보로메오 성인은 자신의 이름인 가롤로의 뜻대로 살았기에,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되시는 하느님의 섭리대로 살았던 성인입니다. 그러면 왜 섭리대로 살았던 것인지, 또한 그 분의 이름 속에 감추어진 영성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가롤로Carolo는 라틴어로는 Carolus, 영어로 하면 Carl 혹은 Charles이며, 독일어로 하면 Karl이라고 합니다. 이 이름의 어원을 독일어 카를Karl이라고 하면 그 뜻이 중세 게르만어로 “남자Man 혹은 남편Husband”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이름 속에 숨어있는 요소인 하리hari라는 말의 뜻은 “군대Army 혹은 전사Warrior”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가롤로Carolo의 여성형이 가롤리나Carolina이며, 영어로는 캐롤라인Caroline이라는 여성형 이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캐롤라인의 뜻은 “노래Song 혹은 찬가Hymn”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롤로Carolo라는 이름 안에 숨겨진 요소들은 “남성다움, 전사다움, 찬미가”라는 삼박자가 숨어있다고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실제로도 가롤로 보로메오 성인은 위에서 언급한 세 요소들의 삼위일체를 살아낸 성인이었습니다. 1538년 10월 2일 이태리 밀라노의 공작 집안의 셋째로 태어나, 21세에 교회법박사학위를 취득합니다. 그리고 나서 22세에 사제서품에 이어 곧바로 주교로 서품됩니다. 교황 비오 9세의 조카였기 때문에 22세의 나이에 추기경에 서임이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고귀한 집안에 태어난 그런 특별한 인물로 보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가롤로 성인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말미암아 이태리 트렌토Trento에서 열린 트렌토 공의회에 참여하게 됨으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복음의 가르침의 의미 그 뿌리 끝까지 되살려내서 삶에 적용하고자 하였고, 자신의 양을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할 줄 아는 그런 착한 목자로 살아가고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1570년에는 매일 3천개의 빵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붉은 추기경 의복을 가난한 이들에게 기꺼이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밀라노에서는 가난한 이들이 붉은 융포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성체 분배를 1천 1백만 사람들에게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12시간동안 나눠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이 포기나 체념을 모를 정도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뿌리 끝까지 되살리려는 담대함이 그에게 있었습니다. 그렇게 담대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을 위한 전사 혹은 기사가 되는 일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자선과 복음에 대한 기도와 헌신의 정신으로, 주님께 찬미 찬송을 되돌려드리는 일에 아낌이 없었습니다. 그러했기 때문에, 성 필립보 네리도 밀라노에 찾아와서 가롤로 추기경을 보고 감탄하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분이 바로 강철 같은 정신력의 그분이십니까?”

그러면서도 항상 마음속에는 겸손함을 되새겼다고 합니다. 겸손Humilitas는 자신의 추기경 문장에 새겨지도록 했다고 합니다. 또한 회개와 기도에 한계를 정할 줄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난한 이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자선은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헌신과 동일시하였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한없는 헌신의 정신을 널리 퍼뜨린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밀라노의 교구장으로서 46세라는 이른 나이에 선종하였지만, 가롤로 성인이 남긴 교훈은 그야말로 복음을 담대하게 전하는 영성과 그리스도를 위한 불굴의 투지를 보존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유내강의 담대함’과 ‘복음적 근원주의’에 깊이 뿌리박은 하느님의 ‘남자’였습니다.  

오늘날 문명이 많이 발달하였고, 수많은 지식이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은 쉽게 상처받고, 유리처럼 깨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약한 마음 때문에 타인에게 분노와 미움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방어기제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롤로Carolo라는 이름, 더욱이 그분의 ‘외유내강의 담대함’을 보면서, 그분께서 남기신 다음의 말씀을 묵상해보도록 합시다. 지식이 많아서 상처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보듬는 지혜가 커져 내 마음의 상처 만에서 예수님의 다섯 상처로 우리의 시선을 빨리 전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것을 사랑의 이름으로 행한다면, 그렇게 하여 우리는 하루 하루 겪을 수 밖에 없는 모든 수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또한 우리는 우리와 우리 이웃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실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성 가롤로 보로메오(1538.10.02.-158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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