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은 주로 가족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당연한 것이 계약의 아버지인 아브라함과 그 후손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며, 신약에서는 신앙의 후손인 우리 자신들을 다루기 때문에 가족 이야기는 성경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구약성경의 룻기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왜냐하면 룻(Ruth)이라는 여인은 유다인이 아닌 이방인이며 결혼하여 유다인인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가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를 해야할 때, 자신에게 자유롭게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하였으나 자발적으로 시어머니인 나오미(Naomi)와 함께 끝까지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며느리됨의 하나의 표상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서 이 룻은 그렇게까지 며느리들의 표상이 될 수 있었을까요? 그녀의 이름 속에 담긴 뜻이 그녀를 비춰준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 이름 속에 담긴 뜻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룻(Ruth)이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רְעוּת(르우트)에서 기원하였습니다. 우리가 들어 아는 12지파의 르우벤(Reuben)이라는 이름도 다 같은 어원에서 나왔습니다. רְעוּ(러우)라는 히브리어가 '친한'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러우'로 시작되는 뜻은 아주 가까운 관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룻(Ruth)이라는 말은 '친밀감을 간직한 여인'이 됩니다. 그 상대가 하느님일 수도 있고, 주위에 있는 여러 사람들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룻'이라는 이름 속에 담겨 있는 뜻은 '친밀하며 다정다감'입니다.
특별히 가톨릭대사전에서는 이 '룻기'의 문학적 의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누구든 자기 의무에 충실하고 하느님의 보호에 의지하면 하느님이 상급을 주시며 바로 이런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이끄신다는 것과 따라서 모든 것이 잘 끝나게 해 주신다는 것을 표명하는 것이 이 소설의 의미요 또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룻의 인간적 친밀감이 결국 하느님과 친밀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을 것이며, 하느님의 보호에 의지할 수 있도록 이끌었을 것입니다. 비록 이방인이었어도 그녀가 지녔던 친밀감은 보편적이었으며, 보편적인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잘 이끄신다는 진리를 그녀를 통해 드러내셨습니다. 그리하여 더욱더 큰 진리를 이방인 여인인 룻을 통하여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룻(Ruth)의 영성은 바로 '동병상련의 정을 공유하는 것'(Compassion)입니다. 위로는 하느님과 친밀한 여종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그녀를 통하여 많은 일을 거두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평적으로는 많은 이가 그녀와 함께 하면서 그녀가 지닌 친밀하고 다정다감함에 위로를 느끼면서, 하느님의 손길도 아울러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룻을 칭송하며 그녀에게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룻이 말하였다.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룻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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