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톨릭 평화주의자 도로시 데이(Dorothy Day, 1897-1980) |
"우리 모두 조금씩 더 가난해지도록 노력합시다. 제 어머니께서는 ‘모든 사람이 조금씩만 덜 가지면 한 사람 몫이 나온다’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우리 식탁에는 언제나 한 사람 몫의 자리가 더 있습니다."
<1978 세계성체대회>
미국 중산층 개신교 가정에서 태어났던 이 담대한 여성 도로시 데이는 가톨릭 노동운동과 반전운동 등에 헌신한 여성입니다. 그녀의 그 작은 울림이 현재까지도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그녀가 꿈꾸던 형제적 공동체가 복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까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그녀는 담대한 꿈을 꾸었을까요? 어디에서부터 그녀의 이런 열정이 나오는 것일까요? 저는 그녀의 이름에 주목해 봅니다. 도로시, 그 이름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요?
도로시라는 이름은 원래 그리스어 Δωροθεος (Dorotheos, 도로테오스), 그 뜻은 "하느님의 선물(gift of God)"이고, 선물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명사 '도론' δωρον (doron) "gift", 그리고 하느님을 뜻하는 남성명사 테오스 θεος (theos) "god"가 합쳐진 합성명사입니다. 이것을 거꾸로 하면 테오도로Theodore인데, 이 역시도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그리하여 둘 다 모두 하느님의 선물이 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도로시는 이 도로테오스(Dorotheos)의 여성형을 영어식 표기로 변환한 것입니다. 그래서 원래 도로테아(Dorothea)라는 이름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이 된다는 것은 어떤 영성적 의미가 있을까요? 일단은, 그녀가 받은 은사가 세상사람들이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연 인간적인 교육과 발달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누가 하느님의 선물이 100% 맞다고 하겠습니까? 할 수 있더라도, 그냥 하는 척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가 받은 은사가 100% 하느님으로부터 왔다고 인식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하느님의 선물이 되는 사람입니다. 또한 그 은사(선물)로 인해 공동선이 증진되고, 공동체가 성장하는 모멘텀을 마련할 때, 그 사람을 두고 하느님의 은사가 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도로시 데이가 그러했고, 다른 도로테아들도 그렇겠지만, 자신이 받은 은사를 그냥 자신의 것으로만 하지 않았기에 그 사람이 진정 '하느님의 선물'이 된 사람이라는 점이 깊이 다가올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은사나 재능이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공동체에 되돌려질 것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베드로1서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로서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십시오. 말하는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봉사하는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힘으로 봉사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하느님께서 무슨 일에서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영원무궁토록 영광과 권능을 누리십니다. 아멘. (1베드 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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