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53] 세례명 '제르투르다' (젤뚜르다)가 지닌 뜻은 무엇일까요?


성녀 제르투르다 (St. Gertrude the Great)
13세기 독일 베네딕토 수녀원에 입회하였던 성녀 제르투르다는 예수님 발현 체험을 한 이후에 신비가로서 많은 기록을 남긴 성녀입니다. 그리하여 그녀가 남긴 여러 기록 가운데 오늘날까지 자주 회자되는 것이 바로 그녀가 남긴 미사전후의 기도문입니다. 

영원하신 아버지!
저는 오늘 세계 방방곡곡에서 드려지는 미사와 일치하여
당신 성자 예수님의 지극히 고귀하신 피를
연옥에 있는 거룩한 영혼들을 위해,
도처에 있는 죄인들을 위해서
전 세계의 교회 안에 있는 죄인들,
저희 가정에 그리고 저의 가족 중에 있는
죄인들을 위해서 바칩니다.

시프 (Sif)
이 기도문은 바칠 때마다 연옥의 죄인들과 지상의 죄인들이 1000명씩 죄의 상태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란 예수님의 약속에 기반한 기도라고 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영혼들이 연옥에서나 지상에서나 강건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였던 성녀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이런 사도직에 자신의 소명을 느꼈던 것일까요? 거기에 바로 그녀의 이름이 지니는 영성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독일어로 Gertrude입니다. 이 이름을 두 부분으로 분할하면 Ger+Thrud입니다. 독일어가 노르딕 언어군 (북유럽)에 속하는 언어군인데, 고대 언어에서는 trude가 Þrúðr에 해당된다고 하며, 이는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Thor)와 그의 아내 시프 (Sif) 사이에 태어난 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딸인 '트루드'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Strength' 즉 '강인함, 용기, 힘'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독일어 남성명사로써 Ger은 'Spear' (창)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이 두 부분을 합쳐서 종합하자면, Gertrude라는 이름의 뜻은 'Spear of Strength'라고 합니다. 즉, 한국어로 하자면 '강인함을 보여주는 창'이라고 하겠습니다. 적수의 심장을 내려꽂아 소멸시키는 그런 무기로서의 창을 이야기합니다. 이 창은 그래서 상대를 괴롭히는 것으로부터 빨리 자유롭게 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그녀는 예수 성심에 대한 강렬한 체험과 그에 대한 완전한 헌신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녀의 이름인 제르투르다가 보여주듯이, 예수님 사랑에 완전히 힘을 얻어서 적수가 되는 온갖 악들을 쳐부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최고의 무기 '창'이 되는 것입니다. 과연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 그리스도교 자유란, 단호하게 맞설 상대는 온갖 죄악이지만 그 죄악에 갖혀 있는 모든 죄인들은 너그러이 대할 줄 아는 관용입니다. 그래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도 이런 정신에서 나온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제르투르다 (젤뚜르다)'라는 세레명을 사용하는 자매님들이 지녀야할 영성은 무엇일까요? 바로 '외유내강'의 강건한 여성이 되는 길입니다. 내적으로는 예수 성심의 불타는 사랑으로 강렬히 타오르면서, 외적으로는 상대 이웃이 처한 악의 상황을 신속히 제거하는 민첩함도 보여줄 것입니다. 또한 동시에 너그러운 관용의 자세로 죄인을 감쌀 수 있는 자유로움도 지녀야할 것입니다. 그래야 하느님 사랑으로 강력해진 '구원의 창'으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다른 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해 꿰뚫는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제르투르다 자매님들께서는 이웃을 가두어놓는 악의 심장을 꿰뚫기 위한 자유의 창이 되기로 결심하면 좋겠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