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예언서입니다. 이 때의 '예언'이라고 하는 말은 '미래를 앞서 내다본다'는 의미도 지니지만, 동시에 하느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이른바 '신탁'(神託)을 받은 사람이 하느님의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도 의미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진리인지를 선포하는 점에 있어서 예언서는 중요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이 예언서를 오늘날 우리들의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도 떠오르기 때문에 눈여겨 봐야 하는 책이기도 하며, 이 예언서의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졌다고 해서 신약의 사전예고로 보면서 해석하기도 하는 등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예언서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대예언서라고 해서, 이사야서, 예레미야, 에제키엘, 다니엘 예언서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리고 열두 소예언서라고 해서 호세야, 아모스, 미카 예언서 등의 책들로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책들입니다. 대예언서의 대표주자는 주로 이사야서로 손꼽히고, 소예언서의 대표주자는 아모스서로 손꼽힌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오늘은 이 대예언서의 대표주자인 이사야(Isaiah)라는 이름에 담겨진 뜻에 대해서 한번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사야라는 이름의 어원은 히브리어입니다. 구약성경의 히브리어로 יְשַׁעְיָהוּ 라고 기록하며, 쓰여진대로 발음하면 'yeshayahu' (예샤야후)가 됩니다. 그러다가 발음의 편리를 위해서 후음에 속하는 '후'는 사라진다고 치면, 결국에는 '예샤야' 혹은 '이사야'로 발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영어로 번안하여 옮겨 적으면 그것이 바로 'Isaiah'가 되는 것입니다. 히브리어 후음 'h'의 흔적이 영어에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 이름에 사용된 주요동사는 바로 'ישׁע'입니다. 이 '야샤' 동사는 그 뜻이 'to save, redeem'이라는 뜻이므로, 누군가를 구원하는 차원에서 많이 사용되며, 이 동사에서 유래된 이름이 '여호수아', 그래서 '예수'라는 이름이 중요하게 등장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사야'라는 이름에는 항상 야훼를 뜻하는 축약형 '야'가 들어가므로, '야훼 하느님께서는 구원이시다'라는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따라서 그분께서는 항상 믿는 이들의 구원의 원천이 되신다는 의미를 지니는 귀한 이름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라는 이름과 많이 연결해서 해석할 수 있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사야서가 쓰여진 배경에는 바로 위기에 처한 이스라엘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도 외세에 해당되는 바빌로니아 제국에 의해 침탈을 당하고 백성들은 유배를 떠나게 됩니다. 이것을 바빌론 유배라고 하며, 이집트 탈출체험 다음으로 이스라엘 역사와 구약성경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사건입니다. 이사야서는 이런 위기를 당면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하면 되살아날 수 있는지 하느님께서 이사야 예언자를 통하여 자신의 길이 어떠한 지를 알려주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이사야서는 3단계로 집필에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고 여겨지고 있어서, 유배를 당하기 전(1-39장), 유배중(40-55장), 그리고 유배 이후(56-66장)의 감정세계를 복합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예언서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련과 고통을 당하게 되면서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는 동시에, 신앙공동체가 단순히 동일율법준수, 동일민족성이라는 차원으로 한정되지 않고 오히려 확장이 되어서 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믿는 그 누구나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차원으로 확장된 것입니다. 또한 종말론적인 희망을 견지하는 차원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오늘 그저 주님의 계명을 잘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먼 훗날에도' 계속해서 주님께 대한 충심을 간직하는가에 대해 더욱 더 방점을 찍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좀 더 실천적인 차원에서 계명준수보다는 '믿음'에 더 큰 강조점을 두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좀 더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사야'라는 이름에 걸맞는 영성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끊임없는 희망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구원'이시니 그 누구를 두려워하랴는 시편 저자의 말처럼, 그분께서 가꾸시는 대로 우리는 자라나는 '포도원'이라는 말씀처럼, 주님께 못자리를 두고 성장하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난과 시련 때문에 모든 것을 부정하거나, 혹은 인간적인 지략으로 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정면으로 고난을 맞이하며 주님께 신뢰를 두는 자세를 굳건히 하라는 가르침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이 '이사야'라는 이름이 보여주는 영성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부디 이 '이사야'라는 이름을 간직한 모든 교우분들께서도 이 이름이 가르쳐주는 '희망'을 간직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항상 주님께 충실한 믿음의 자녀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만나 뵐 수 있을 때에 주님을 찾아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분을 불러라."
(이사야 55,6; 새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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