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스(Mars) 신상 |
우리가 많이 사랑하는 이탈리아 도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상도시인 베네치아(Venezia, Venice)입니다. 한 때에는 지중해 전역의 패권을 쥐고 있던 해상공화국의 중심도시였다고 하며, 진취적이고 개척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베네치아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에서 이런 인물이 탄생하는 것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 수 있는데, 바로 탐험가 마르코 폴로(Marco Polo)입니다. 그가 13세기 후반에 이미 중국을 탐험한 서양 최초의 인물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사건의 역사적 사실성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베네치아인들의 진취적 정신을 감안한다면 그리 낭만적인 소설만이 아니라고 여겨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가진 이름 '마르코'의 기원론을 생각해 본다면, 역시나 허구로 들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또 하나의 깊은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어떤 기원을 가지기 때문에 이 '마르코'라는 이름이 흥미로운 것일까요? 이름이 가지는 기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코(Marco)라는 이름은 라틴어 Marcus(마르쿠스)의 서부 로망스어군(이태리어, 스페인어, 포르투칼어 등등)의 변형입니다. 영어나 다른 언어들에서는 주로 'c' 대신에 'k'를 사용하여서 Mark, Marko 등으로 표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마르코라는 이름의 근원은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神)인 마르스(Mars)입니다. 이 마르스 신의 원래 기원은 추측하건데, 에트루리아(Etruria, 현재의 이태리 토스카나, 움브리아, 라지오 지역을 지칭하는 고대 지역이름)의 농경신 마리스(Maris)에서 기원되었을 것으로 보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가 풍성한 수확을 기원하는 신의 이름에서, 로마공화정의 전투적 확장을 위한 수호신으로 선정됨으로서, 이제는 전쟁과 정복, 개척의 신(神)의 이름으로 변화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태양계 행성인 화성의 이름을 간직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마르코'라는 이름 속에는 1) 풍성한 수확이라는 측면과 2) 개척과 확장이라는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주 오묘하게도, 그리스도교에서 우리가 주로 거명하는 이름은 복음서 저자인 마르코입니다. 그리고 성서학계에서는 다수가 마르코복음이 가장 처음으로 저술된 복음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르코라는 이름을 간직한 인물이, 세상에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완전한 새로운 장르인 '복음'을 집필하는 개선행진을 하여서, 이후에 등장하는 공관복음서들 등의 성과를 창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과연 그 이름이 지니는 바와 동일한 행적을 일궈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마르코 폴로도 그렇고, 복음서 저자도 마르코도 그렇고, 마르코라는 이름이 가진 바도 그런 공통점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진취적인 개척정신'입니다. 모두가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전진하면서 많은 성과를 낼 것을 믿으면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인물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더욱이 마르코 복음은 신앙적으로도 예수는 그리스도이시고, 그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기 위해서 자신의 필력(筆力)을 다 펼쳤을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서 주님의 길을 닦는 '개척정신'을 발휘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마르코라는 이름을 세례명으로 가진 분들이라면 자신의 이름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물론 인간적으로 약점을 많이 가진 우리들이기 때문에 어찌 두려움이 없이 당당하게 나갈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확신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소 완전히 진취적이고 개척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따르는 것이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일 것입니다. 부디 이 이름이 주는 의미를 간직하셔서 매사에 매진하셔서 풍성한 결실을 맺는 교우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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