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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44] 세례명 '예로니모'에는 어떤 영성이 담겨져 있을까요?

성 예로니모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성 예로니모-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의사전달과 공유에 있을 것입니다. 이 전달과 공유라는 것이 바로 영어로 말하는 Communication입니다. 이 단어의 원래 라틴어 동사인 Communicare는, '함께'라는 뜻을 주로 지니는 접두사 'con', 그리고 '일, 직무'를 이야기하는 명사 'munus'가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뒤에 따라오는 접미사 '~icare'는 동사화시키는 접미사입니다. 그래서 결국, '함께 직무를 가지게 되다'라는 뜻에서 'Communicare'가 되고, 이것의 명사화가 바로 'Communicatio'가 됩니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이지요.

함께 직무를 맡게 된다는 것은, 같은 배경을 이해하고, 같은 정서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협업을 아주 쉽게 이룰 수 있다는 상황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지에 대한 여부가 되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려면, 동일한 언어사용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어휘들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말은 통하지만 뜻은 통하지 않는 상황이 등장할 수 있어서 상당히 큰 어려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적인 차원이든, 종교적인 차원이든 관계없이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이해가능한 동일언어사용은 참으로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예로니모' 성인이 가지는 위치가 중요하다고 매우 강조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성인은 최초로 구약성경 히브리어와 신약성경 그리스어를, 그 당대의 사람들이 흔하게 사용한 대중적인 라틴어(Vulgata Latina)로 서기 382년에 번역을 해내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대의 사람들이 거룩한 하느님의 말씀을 접하면서 하느님과 같은 생각, 주님과 같은 느낌을 쉽게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에 기여하신 일등공신이시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그분의 이름의 어원에 담겨진 뜻을 생각하면 이것도 하느님께서 이미 '안배'하신 섭리가 아니겠는가라는 놀라운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분의 이름을 정식으로 라틴어로 표기하면 Hieronymus(히에로니무스)입니다. 그리고 이 라틴어는 다시 그리스어 Ἱερώνυμος (Hierṓnymos)에서 기원한 것이며, 이것은 다시 두 부분으로 분할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ἱερός (hierós, sacred, 거룩한), 그리고 후자는  ὄνομα (ónoma, Name, Office, 이름, 직무)라는 뜻을 지닙니다. 이 두 단어가 합성을 이루어 만든 단어가 바로 히에로니무스, 즉 예로니모입니다. 특정 유럽언어에서는 앞에 오는 이 'H' (에이취) 발음을 묵음으로 처리하는 언어들이 있으므로, 그런 언어들에서 발음하게 되었을 경우에 '예로니무스'로 발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니모라는 이름도 가능한 변형이 되겠고, 영어식 변형은 Jerome(제롬)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이름의 어원적 의미는 바로 '거룩한 직무를 하는 사람 또는 그런 직무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그분께서 성경말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의 일생을 헌신하셨고, 교회의 모든  이들을 위해 지금까지도 그분의 주석서와 해설은 아주 유용한 자산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진정한 거룩함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아주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일반적으로 거룩함이란 구약에서는 '분리, 성별'의 차원을 이야기하며, 신약에서도 이런 개념의 맥락을 이어가면서 갱신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와 공생활, 수난과 부활이 이 지상세계와 깊이 연관되어서 일어났다는 점이고, 교회는 이것을 항상 기억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거룩함이란, '저 너머의 세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것이 결국 나(개인)와 우리(공동체, 교회)에게로 다가온다'는 측면,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현실에서 그 어떠한 것도 빼앗아가지 아니 하되 오히려 더욱 더 충만하게 채워주면서 삶을 생동감이 넘치게 변화시켜  준다'는 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성경이 주는 핵심메시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렇게 주 하느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매순간 시도하고자 합니다. 그 거룩한 통교를 위해 자신을 헌신한 예로니모 성인은, 바로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인생길을 걸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주님의 섭리에 의한 안배라고 믿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 될 것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나 수도명으로 사용하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예로니모 성인의 삶을 보고 교훈을 얻고자 하는 모든 분들이 따라야할 영성은 바로 '거룩한 주님의 말씀에 항시 귀를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직접적으로는 성경의 문자적 전승 방식일 것이고, 동시에 간접적으로는 일상의 여러 상황들을 바라보며 과연 주님께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시는지 항상 우리의 오감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 이 '거룩한 직무와 거룩한 이름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히에로니무스' 예로니모 성인의 이름에 걸맞는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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