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보나벤투라, 축일 7월 15일 |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지식과 경험일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많은 경험을 축적한 후에 종합한 지식과 지혜로 삶을 살아갈 것이고, 또 다른 경우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쌓아놓고 정리해놓은 것을 학습을 통해 먼저 익힌 후에 살아가는 그런 선 지식 후 경험의 방식을 택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들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에는 후자와 같이 많은 지식을 먼저 습득한 후에 삶에 적용하면서 살아가는 경우를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가장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일단은 그 많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지식 습득이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식도 지식이지만, 결국 그것을 삶에 적용하면서 깨닫는 지혜가 더욱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심할 여지 없이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이 보나벤투라 성인은 어떤 경로를 택하여 성인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많은 지식을 축적한 후에 삶을 살아보면서 깨달았을까요? 아니면 먼저 경험을 해보면서 얻은 지식을 종합정리하였기에 성인에 오르게 되었던 것일까요? 일단 일면에서는 그가 학자였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섭렵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신학과정에는 많은 철학적, 신학적 명제들을 주해하는 '명제집' (Sententiae)이라는 것에 대하여 연구할 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으로만 그친 것이 아닌 성인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성 프란치스코의 모습을 보고, 또한 총장으로서, 추기경으로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경험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모든 것을 집대성하여 하나의 이론으로 엮은 그런 '지혜'로운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혜는 바로 다름이 아닌 신앙이 주는 열정과 사랑으로 불타올랐기 때문에, 불타오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세라핌' (Seraphim)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런 세라핌적 신학박사이자 성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 그가 지녔던 이름인 이 보나벤투라는 무슨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요?
보나벤투라, Bonaventura라는 이름은 이태리어 합성어입니다. Bona라는 뜻은 영어로 하자면 'good', 즉 '좋은, 착한, 바람직한'이라는 뜻을 지니는 것입니다. 그리고 Ventura라는 뜻은 '행운, 운명'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문학적 표현으로 'andare alla ventura'라고 이태리어로 하면 '운명에 맡기다'라는 뜻이 됩니다. 동사 andare(안다레, 가다라는 뜻)이 있으니 결국 ventura라는 것은 어찌보면 하느님께서 인도해주시는 그런 섭리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보나벤투라라는 세례명은 글자 그대로는 '좋은 행운, 운명'이라는 뜻이 될 것이고, 그것을 신앙의 맥락에서 좀 더 깊이 해석하자면, '하느님의 섭리대로 좋은 것을 이루는 삶을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나벤투라는 사목자요 사제, 신학자요 추기경, 작은형제회의 총장이요 형제로서 많은 모범과 저술을 남겼으며, 특히 그가 남긴 '하느님께 나아가는 정신의 여정' (Itinerarium mentis in Deum)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우리의 정신이 현세로부터 어떻게 상승작용을 하면서 하느님께로 인도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체계적이면서도 신비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칸 사상을 잘 아는 사람들 혹은 프란치스칸 사상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사람들은 이 책을 필수 도서로 여기면서, 그가 고심한 지혜의 길을 따라 걷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좋은 일을 하고자 세상에 살았던 인물, 그리고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하느님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다시 말해 세상과 영혼의 구원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 되라는 차원에서, 섭리대로 그리고 믿음대로 살아가라는 뜻에서 이 보나벤투라 성인의 이름은 그렇게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끝으로 그가 지녔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기도문을 공유합니다. 우리도 보나벤투라 성인과 같은 길을 걸을 수 있길 기도하면서, 우리도 우리의 삶을 주님의 ventura에 맡기도록 우리를 개방하도록 합시다.
"지극히 사랑스러우신 예수성심이시여,
당신께서는 어찌하여 죄의 쇠사슬을 끊고 나오셨습니까?
만일 그것이 당신 사랑이 넘친다는 것을 제게 보여주시려는 것이 아니라면,
저의 영혼의 거처로서 계시기 위해서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제가 당신 마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저는 엄숙하게 주장할 것입니다: "이는 나의 영원한 안식처이다; 여기 예수 성심에 나는 살지언데, 그것은 나 자신이 이런 보금자리로 선택되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저의 예수님, 저의 이 영혼이 가장 사랑스러우시고 가장 사랑받으실만한 당신 성심의 신비를 관상하면서 당신의 열린 그 가슴의 상처를 통해서, 얼마나 이런 인간영혼이 최우선이신지를 저희에게 알려주소서.
그리하여 그 영혼이 자신을 정화하고,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며, 자신이 당신사랑에 불타오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하여 지상의 여러 근심걱정들은 완전히 잊어버린 채로, 오직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기만을 생각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하신 나의 하느님이시여!"
(성 보나벤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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