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셀모 주교 학자 |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 두 명을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안셀모 성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두 분이 신학이라는 학문에서 아주 기념비적인 학설을 제시하셨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하느님은 사랑이신 분이란 점을 아주 강력하게 제시하였고, 우리는 그에 비하면 회개해야 하는 죄인이라는 점도 강력하게 남겼습니다. 더욱이 안셀모 성인은 하느님을 정의하길, 하느님은 '더 이상 큰 것이 생각될 수 없는 존재'라고 하면서 하느님을 직관적인 믿음으로부터 연역해서 그분의 존재증명을 해낸 분입니다. 이렇게 해서 두 성인에 의해 하느님은 더 없이 크신 사랑이시며, 그런 사랑 이상으로는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절대자라는 믿음이 공식화되었습니다. 동시에 그런 하느님에 비한다면 우리들의 존재는 죄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각인시켜 주셨습니다.
이 위대한 아우구스티노와 안셀모 성인, 이 두 성인의 이름 안에도 특별한 뜻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되, 우선 안셀모 성인의 이름의 뜻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nselm (영어식 표기)이라는 이름의 원형은 고대 게르만어에서 기원이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가 Ansehelm이라고 하는데, Ans는 그 뜻이 God (하느님), helm은 helmet, protection (헬멧, 보호자)라는 뜻을 지닌 두 단어의 합성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셀름이라는 이름은 '하느님을 보호하는 도구' 혹은 '하느님께서 보호하시는 사람, 도구'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간직한 이름인 것입니다.
이 영어식 표기가 이태리, 포르투칼, 스페인어에서는 Anselmo (안셀모), 여성형으로는 Anselma, Elma(독일어식 표기)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안셀모라는 표기법은 최소한 이태리어식을 따르고 있다고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우리의 다른 세례명들이 주로 이태리어식 표기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습니다.
안셀모 성인은 당대 여러 가지의 논박이 오가던 가운데, 하느님 존재 증명을 직관적이고 연역적인 차원에서 전개하면서, 굉장히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었습니다. 철학과 신학에서 굉장한 '긍정신학(via positiva)'을 전개하면서, 우리의 절대적인 믿음 그 자체가 제1명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큰 존재'로부터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논리를 전개하여서 상당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느님의 보호자, 변호자로서 역할을 해야하는 사람, 하느님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활약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안셀모였기 때문입니다. 신앙공동체를 보호하고, 변호하기 위해 노력한 논증가로서 그는 안셀모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그를 보호하고 지켜주셨다고 믿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안셀모라는 이름에는 우리의 믿음을 지키고, 믿음의 공동체를 수호하며, 하느님의 존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영성을 주님께서 마련하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매년 4월 21일을 그의 축일로 지내는 우리 교회와 그 이름을 세례명(영명)으로 사용하는 모든 교우들은, 주님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이 오히려 주님의 보호와 은총을 받는 이가 된다는 그런 섭리와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가톨릭 교회(신자)가 되기를 희망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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