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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묵상] 네 복음서의 인칭(人稱)

2016년 1월 2일 토요일

요한 1,19-28

성경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이들은 성경을 볼 때,

성경에 쓰인 동사를 먼저 주목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인 한글과 다르게,

성경에 사용된 언어들은 주로 언어학적으로 굴절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인 한글은 교착어(膠着語)라고 하여서, 특정 어미가 붙었다 떼였다 하면서 단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교착어라고 합니다. 반면 굴절어(屈折語)는 원래 형태의 단어원형이

주변의 상황들, 즉 주어나 목적어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자기 스스로 변신을 시도하기에,

그런 모습을 굴절현상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런 언어들을 굴절어라고 합니다.

영어는 그런 굴절현상이 많이 퇴화된 언어이지만,

다른 유럽언어들 (독어, 불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등)에서는 굴절현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착어를 많이 사용하는 아시아인들에게 유럽언어가

어렵게 다가오고, 그 반대로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언어가 어렵고 혼돈스러운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성경에 사용된 언어들이 굴절어이기 때문에 어떤 인칭의 주어를

문장의 주인으로 삼는지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면서 성경을 연구합니다.

그러면 네 복음서의 주된 인칭은 어떠한가?

마르코, 마태오, 루카복음은 공관복음이라고 지칭합니다.

예수님의 생애를 그리는 관점이 공통된 부분이 많다고 해서 공관복음이라고 합니다.

반면 요한복음은 아주 독특한 자기만의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이 인칭으로 나옵니다.

공관복음은 주로 예수님의 여러 면모를 제3자가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전개하는 차원에서

'3인칭'으로 이야기를 많이 전개합니다.

그러면 복음을 접하는 이들에게 주로 우리 믿음의 '근거'를 제시하는 차원이 나옵니다.

반면 요한복음은 주로 '1인칭'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바로 예수님 자신이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를 직접 이야기하는 자기표현 (자기계시)가 이어집니다.

그래서 복음을 접하는 이들에게 주로 자신의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스스로 깨닫는 효과를 얻습니다.

3인칭보다는 1인칭을 통해서 모든 스토리를 자기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 더 진실로 말하게 되고, 더욱 더 진심으로 듣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문법적인 방법을 통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얻는 보람은,

성경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근거'도 제시하면서, '깨달음'도 얻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이야기를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우리 인생 역사로 구체화한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우리가 처한 상황이나 시간의 목적에 따라 공관복음과 요한복음 가운데,

적합한 복음말씀으로 믿는 이들에게 하느님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합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서 복음을 접한다면, 그 복음이 나의 '인생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댓글

  1. 네 복음서의 인칭(人稱) 정독 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내용의 글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말인 한글은 교착어(膠着語)이고, 성경에 사용된 언어들은 주로 언어학적으로 굴절어라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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