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5년에 선종한 덴마크의 설교자회(도미니코회) 소속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성경을 읽는 네가지 감수성들(the Four Senses of Reading Bible)에 대해 라틴어 문구를 남겼습니다.
"Littera gets docet (The literal sense teaches you the narrative),
Qui creeds allegoria (the allegorical what to believe),
Moralis quid agas (the moral how to behave),
quo tendas anagogia (and the anagogical where you are going)."
위의 문구는 그리스도교 초기의 교부시절(the Church Fathers)부터 중세시대,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성경을 해석하는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데에 전통적으로 4가지 감각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문자적 감수성 (Literal Sense): 표현 그대로, 성경에 쓰인 단어들이나 문장들의 문법적인 의미, 어휘의 기원을 묻고 연구하는 감각을 이야기합니다. 주로 전문적인 영역의 학자들이 많이 다루거나, 엄격주의를 표방하는 그리스도교 교파에서 이런 감수성을 많이 강조하게 됩니다.
- 그리스도 중심주의적 감수성 (Allegorical Sense): Allegory, 즉 알레고리라는 말이 여기서는 핵심이 되는데, 그것은 직역하면 '그것 너머로'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go beyond and go behind the written text'를 의미합니다. 더욱 심층적으로 읽기 위해 고민하라는 것인데, 여기서 '어디로' 넘어가느냐면, 바로 그리스도 중심주의적 해석으로 넘어가라는 것입니다. 구약이나 다른 성경구절들을 글자 자체로 보면 그것은 그냥 표현 그 자체이지만, '모든 것이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려고 이뤄진 것'이라는 그리스도 중심주의적 신앙의 '눈'으로 해석하면 이런 알레고리적 해석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리고 구약의 인물들과 사건을 신약의 인물들과 사건과 짝을 맞추는 Typology 해석도 이 감수성에 해당되며, 그 대표적 예가 옛 아담(구약의 아담)과 새 아담(예수 그리스도), 옛 하와(아담의 아내)와 새 하와(성모 마리아) 등이 됩니다. 종합하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해석적 감수성을 두고 알레고리적 해석 혹은 그리스도 중심주의적 감수성이라고 합니다.
- 윤리적 감수성 (Moral Sense): 이제 그리스도 중심주의적 감수성에 의해 깊은 감명을 받은 구절이나 가르침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삶으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됩니다. 혹은 그 이전에 성경을 두고 삶의 지침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에 이 윤리적 감수성을 두고 이야기합니다. 그리하여 성경이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어떻게 투과되는지를 바라봅니다. 바로 이 단계로부터 우리는 '하느님 말씀의 육화', '하느님 말씀의 인격화'에 대해 논할 수 있습니다.
- 순례자적 감수성 (Anagogical Sense): 이 Analogy (역: leading above)라는 감수성은, 자신의 삶이 성경에 비춰볼 때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바라보는 감수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도안인 성경말씀의 시선으로 자신을 상대화하여 볼 때, 나는 어떠한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그러한 감수성을 갖게 됩니다. 이는 신앙이 심화될수록, 더욱 더 이런 감수성으로 성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초월적이면서 내재적인 절대자 하느님에 대한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갖은 채로, 성경말씀을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성경에 몰두하게 되는 이런 감수성을 두고 아나고지적 감수성, 혹은 의역하여 순례자적 감수성이라고 합니다. '인생은 나그네'라는 자신의 주도권에서 한발 물러선 관점에서 하느님 말씀을 그야말로 수용하는 감수성을 두고 말합니다.
많은 교우들에게 이뤄지는 사제의 강론은 위의 네 가지 전통적인 감각 가운데 어느 하나 혹은 복수의 감수성을 활용하여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호 배타적인 감수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성경의 뜻을 깨닫기 위해서는 관련서적들을 탐독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그리스도 중심주의적 신앙'을 제일 첫자리에 두면서 기도하면서 성경을 접해야 하겠습니다.
"이해하기 위해 믿으며, 믿기 위해 이해한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주님 이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답글삭제감사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아직은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답글삭제꼭 다시 몇 번 더 읽어 보고 싶다는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