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77] 세례명 '세라피나(Seraphina)'는 어떤 영성을 지닌 이름일까요?

“그분 위로는 사랍들이 있는데, 저마다 날개를 여섯씩 가지고서, 둘로는 얼굴을 가리고 둘로는 발을 가리고 둘로는 날아다녔다”(이사 6, 2). 

 



여러분들께서는 천사들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천사들 가운데 제일 으뜸인 천사는 누구일까요? 위에서 언급한 이사야서의 말씀대로, 천사들 가운데에 제일 으뜸인 천사는 바로 사랍들(세라핌, seraphim)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임무가 하느님의 옥좌 앞에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고 찬송하는 것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님을 찬미와 찬송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천사들에게 허락된 끊임없는 사랑의 열정 때문입니다. 바로 그런 사랑으로 우리가 주님과 이웃과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무너져도, 넘어져도 그 끝은 절망이 아니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부활의 희망입니다.


세라핌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 동사 שׂרף 사랍(사라프)으로부터 유래했습니다. 이 뜻은 “to burn”, 곧 불태우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입니다. 이 사랍(사라프)이라는 동사를 다양하게 읽기를, 스랍이라고도 하고 사라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라틴어화하여 남성명사로 표기하면 세라피누스Seraphinus입니다. 그리고 이 남성명사의 여성형이 우리가 오늘 만나고 있는 세라피나Seraphina입니다. 모두 다 같은 히브리어 동사의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는 이름입니다. 그리하여 언제 어디서나 불멸의 정신으로, 하느님께 대한 경배와 찬양의 영을 내적으로 불태우는 사람들을 두고 세라피노/세라피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 속에서 불은 주로 하느님의 진노, 심판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만큼 그것보다 더 강력한 감정을 표현할 상징이 없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편 89편 47절에 보면 “당신의 진노를 불태우시렵니까?”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예레미야서 21장 10절에 보면 “이 도성은 바빌론 임금의 손에 넘어가고, 그는 이 도성을 불태울 것이다.”라고 하여, 하느님의 심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성경 속에서 불태우고 불타는 이미지는 주로 부정적인 정서와 두려운 공포심에 의거한 발화에 자주 사용됩니다. 


그렇지만, 단 한 곳에서는 이 불태움이 아주 긍정적인 열정의 회복으로 묘사됩니다. 2티모 1장 6절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나는 그대에게 상기시킵니다.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입니다. 그러니 바오로 사도가 자신의 협력자인 티모테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이 발화의 정서에는 우리가 말하는 사랍(사라프) 동사의 맥락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다시 불태워 주시도록 성령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할 필요를 역설합니다.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그대가 맡은 그 훌륭한 것을 지키십시오”(2티모 1, 14). 그러니 사랍(사라프)와 관련된 이름을 지닌 이에게는 자신 안에 머무르시는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2티모 1, 7)이신 성령으로 인하여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워야 하는 소명을 상기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이 세라피나(Seraphina, 이태리어로는 세라피나Serafina. 줄여서 피나Fina)를 만나면 그런 소명을 상기할 필요를 가슴에 새길 수 있습니다. 그녀를 통해 신앙이 가져다주는 끊임없는 열정에 대해 묵상하게 됩니다. 그것은 그녀가 이태리 중부 토스카나(Toscana)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인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의 어느 몰락한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다가 낮에는 가사를 돕고 밤에는 기도에만 전념하는 삶의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얼굴이 망가져서 보기에 추한 여성으로 변하였습니다. 여느 소녀라면 자신의 미모를 잃어버렸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것으로 인생을 포기하였을 터인데, 세라피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리스도께 대한 열정으로 불타서 주님만을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우리 주 그리스도께 대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 송이 꽃처럼 남았습니다. 


누구든지 세라피나라는 이름을 세례명으로 쓰시는 자매님들은 한결같은 한 송이 꽃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꽃은 자신의 미모를 과시하기 위해 피기보다 누군가를 향한 열정 때문에, 생명력 때문에 피고 지는 것입니다. 은총에 은총을 더한 이가 아름다운 것처럼, 하느님의 사랑에 사랑을 더 청하여 언제나 불타는 열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야 비로소 하느님 안에 사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생명을 주시는 주님의 영이 부디 모든 형제자매님들 안에서 성녀 세라피나의 이 말이 울림으로 다가오길 기도합니다. 


나의 상처보다 그리스도의 상처가 더 마음 아프다(성녀 세라피나).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