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76] 세례명 '발렌티노(Valentinus)'에 담긴 의미와 영성은 무엇인가요?

항상 성모님께 드리는 찬송 가운데 유명한 제목이 바로 ‘살베 레지나Salve Regina’입니다. 이 말은 라틴어로 ‘(환호하며 맞이하며) 만세, 여왕님!’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서로 반갑게 만나서 라틴어로 인사를 나눌 때에 ‘살베Salve’라고 인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통은 현재 이탈리아어에서도 정중히 서로를 반갑게 맞이할 때의 첫 인사말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헤어질 때의 인사말이 무엇이었냐고 하면, 그것은 바로 ‘발레Vale’였습니다. 이 말은 라틴어 형용사로 ‘발렌스Valens’에서 파생된 표현입니다. ‘발렌스’는 그 뜻이 영어로 ‘healthy, strong’입니다. 곧, ‘건강/강건한’이라는 형용사적 의미입니다. 따라서 라틴어로는 서로 만날 때는 반갑게 환영하면서 ‘살베Salve’를, 서로 마무리하면서 헤어질 때 서로가 영육 간에 건강하고 강건하기를 바라면서 ‘발레Vale’라고 인사하며 헤어졌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성 발렌티노 주교의 이름도 이 라틴어 형용사의 의미와 동일선상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는 로마제국의 통치가 있던 197년에 21세라는 나이로 이탈리아 테르니교구의 주교로 성품되었습니다. 그는 테르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창설자이자, 그 도시의 첫 주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로마황제와 그리스도교 간의 박해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발렌티노 주교는 클라우디오 2세 황제가 그를 초대하여 그리스도교를 배교하고 신앙을 버리도록 권유하였습니다. 그러나 발렌티노 성인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그를 처형하려고 했으나, 그 대신에 그를 어느 귀족 가문이 그를 지키도록 하명하였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정한 한 주님만을 섬기려는 충절이 바로 그의 영적 ‘강건함/건강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장미를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발렌티노 성인은, 장미를 약혼한 커플들에게 선물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축복해주는 주교였다고 합니다. 또한 말다툼을 하는 두 젊은이들에게 장미 한 송이를 주면서 이를 서로의 손을 맞잡고 쥐고 있으라고 권고했습니다. 서로의 손을 장미 한 송이와 맞잡은 그 젊은 커플이 곧바로 화해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 발렌티노 주교는 탁월한 회개의 설교자였고, 이웃의 필요에 대단히 관대한 사람이었으며, 아주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97세에 클라우디오 2세 황제의 후계자인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박해기간 동안에 감옥생활을 하였습니다. 273년 2월 14일 밤에 푸리우스 플라치두스Furius Placidus라는 이름의 한 군인에 의해 참수를 당해 순교하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유해는 테르니 주교좌 바실리카에 옮겨 모셔졌고, 1605년 오노라티 주교가 그의 시신을 하나로 모았다고 합니다. 그의 상반신과 처참하게 처형된 두개골이 발렌티노 주교가 참수형으로 순교했음을 증명해주었다고 합니다. 이 시대는 이런 애절하고 간절하며, 한 영혼만을 끝까지 사랑할 정도로 강건한 기개를 가진 이들이 아주 희박해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더욱이 서로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하느님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과 자비를 더욱더 간청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월 14일 성 발렌티노 주교의 기사도적 사랑을 빗대어, 젊은 여인이 자신을 흠모하고 시중을 들 기사를 선택하는 풍습에서 유래된 발렌타인데이가, 그저 그냥 상업화된 초콜릿 교환의 날로만 기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와 하나 되는 날,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날, 미래의 일치를 다시한번 다짐하는 그런 뜻 깊은 영원한 사랑과 영적인 사랑의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는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가 우리를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기 위해서 

다시 살아나신 분이십니다(로마 4, 2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