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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63] 세례명 '베다'에 담긴 영성은 무엇일까요?

성 베다 존자(St. Bede the Venerable)
작년 로마에서 학위논문을 쓰면서 만난 초세기 성서주석가 가운데 뛰어난 분이 바로 이 영국의 성 베다 존자(Venerable)입니다. 베다 성인은 교회로부터 공경과 존경을 받을만한 학덕과 성덕이 충만했기 때문에, 교회가 성인에 덧붙여 '존자'라는 호칭을 함께 쓰고 있습니다. 

7세기, 그러니까 초기 중세시대의 대표적인 성서학자가 바로 이 베다 성인입니다. 이 성인은 672년부터 735년까지 살았던 유일한 초세기 영국 성인입니다. 그가 유명해졌던 이유는 일생 동안 기도하고 노동하며 단순하게 살면서, 겸손하면서도 뛰어난 학식을 당대 전 유럽사람들에게 제공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초기 중세시대가 영적으로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그가 다른 이들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그 가운데 하나로 바로 그의 이름에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그가 지닌 이름인 베다는 Beda입니다. 영어로는 Bede(비드)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Bede는 고대 영어 Bed에서 유래한 것으로 파악이 됩니다. Bed는 그 뜻이 "prayer"이며, 그 뜻은 바로 "기도"입니다. 그리하여 베다라는 이름 속에 담긴 영성은 바로 "기도의 영성"입니다. 즉, 베다라는 세례명을 사용하는 이들은 늘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베다 존자가 그렇게 삶을 살아 왔듯이, 누구든지 베다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은 기도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 기도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도의 가장 근원적인 어원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하였는데, 그 뜻이 바로 '절대자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앞으로 어떻게 걸어가야 하고, 무엇이 당신 마음에 드는지 등등 우리 보다 더 탁월한 지혜와 능력을 지닌 절대자에게 질문하는 행위를 두고 기도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질문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등식이 성립됩니다.

질문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답변을 듣고자 하는 경청의 자세를 지니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듣고서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도 함께 지닙니다. 그렇게 늘 절대자이신 하느님과 통교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더욱더 절대자의 목적과 의도를 확실히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베다 존자가 성경을 꿰뚫어서 주석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학식도 한 몫을 하겠지만, 더 나아가 늘 기도하면서 주님께 겸손하게 여쭤보는 구도심이 깊이 내재되어 있기에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베다라는 세례명의 영성은 "겸손하게 주님께 질문하는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크든 작든 우리는 우리의 합리화라는 매력 때문에 주님을 평소에 홀로 내버려두고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친절하신 주님께서는 당신께 무슨 문제든 함께 상의하길 원하십니다. 그래서 당신의 신적 권능을 펼쳐 보이시길 간절히 원하십니다. 그래야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베다 존자의 이름을 깊이 되새기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지 "기도하는 사람, 여쭤보는 사람, 간청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루카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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