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속에 '영성'이 있다 57] 세례명 '빈첸시오'에는 어떤 숨은 뜻이 있을까요?

스페인 사라고사(Zaragoza)의 순교자 성 빈첸시오 부제
우리 주위에 많은 형제님들 세례명이 빈첸시오(Vincentius)입니다. 그리고 서양의 유명한 사람들 가운데 이 빈첸시오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되겠지요. 무엇보다도 오늘 1월 22일에 기념하는 스페인의 첫 순교자인 성 빈첸시오 부제 순교자의 생애와 그의 이름을 우선해서 살펴보면, 약간의 차이는 다소 나겠지만, 이름에 맞는 삶을 살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영어로는 빈센트Vincent, 이태리어로는 빈첸조Vincenzo, 스페인어로는 비센떼Vicente라고 하는 이 이름은, 원래 로마 라틴어로부터 기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라틴어 동사 vincere라는 동사는 그 뜻이 '이겨내다, 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와 맞서고 겨뤄서 이겨내는 승리의 영성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승리라는 영어단어를 Victory라고 하는데, 그 단어의 라틴어적 기원이 바로 이 동사 Vincere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빈첸시오는 '승리를 거두고 있는 남자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게 됩니다. 

실제로 성 빈첸시오 부제 순교자의 삶이 이런 이름의 영성을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가 초기 로마박해 시절에 총독앞에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고문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독은 그가 성경과 신앙 서적을 자기에게 내놓으면 용서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유혹 앞에서 이겨내면서,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성 빈첸시오는 총독에게 “당신의 광포함이 더 커질수록 내 기쁨은 그만큼 더 커집니다. 그러니 당신이 내게 마련해 둔 고통을 어떤 방식으로도 줄이지 마십시오. 그래야 내가 나의 승리를 더욱더 빛나는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거부하며, 유혹 앞에서 승리를 거둔 남성 그리스도인으로 남았다고 합니다. 이에 총독은 그를 감옥에 처넣었고, 그는 감옥에서 천사가 승리의 월계관을 주면서 천상의 위로를 전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는 감옥에서 옥사하였으며, 그의 시신을 바다에 던져 넣었지만, 파도에 의해 다시금 뭍으로 와서 신자들이 고이 매장하였다고 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그의 이름이 가지고 있는 '승리를 이루는 남성'이라는 뜻이, 갖은 회유와 유혹 가운데서도 그리스도께 대한 충절을 변함없이 지켰고, 마침내는 천사의 위로와 승리의 월계관을 받은 사람이 되었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이에 파생되어서, 후에 있을 자선단체의 아버지 성 빈센드 드 폴, 팔로틴회를 창설한 성 빈센트 팔로티 사제 등등 모두가 하느님께 대한 변절없는 사랑과 그에 기반하여 모든 유혹에 맞서 승리를 거두었고, 사회에서 갖은 악이 그리스도교 신앙을 위협하더라도 이에 하느님의 자비로 맞서 승리의 월계관을 성취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빈첸시오라는 이름을 세례명/수도명으로 사용하는 이나 단체는 그 이름에 걸맞는 영성을 담아내야할 것입니다. 우선은 하느님께 대한 충절입니다. 세상과 사탄은 항상 하느님께로부터 시선을 돌려서 다른 것을 바라보게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매일 매일 우리가 그렇게 하느님을 외면하도록 유혹합니다. 그게 그의 본업입니다. 그렇지만 이에 맞서 승리를 선포해야 합니다. 언제나 충실하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충절을 변함없이 선포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웃도 사회구조적인 악 속에 갖혀 있다면, 가령 극심한 가난에 갖혀서 아무 것도 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구조적 악에 맞서 승리를 거두는 형제/단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드러나지 않게 승리를 거두는 이, 언제나 하느님께 대한 충실함을 일관되게 표명하는 이, 그런 이로서 삶을 살아가는 때만이, 이 빈첸시오라는 이름이 가지는 영성에 합당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당신의 천사들을 통해 더없는 천상의 위로와 승리의 월계관을 내려주실 것을 믿고 축복을 빕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 16,3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