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54] 세례명 '크리스토퍼/크리스/크리스티나'에 담긴 영성은 무엇일까요?

크리스토퍼 리브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다 아는 영화 가운데 하나가 바로 '~맨' 시리즈입니다. 스파이더맨, 배트맨...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으뜸인 영화는 바로 '슈퍼맨'이 되겠습니다. 이 슈퍼맨의 주연을 맡았던 남자 배우는 이름이 크리스토퍼 리브 (Christopher Reeve)라는 배우입니다. 그는 힘든 무명시절도 겪었고, 한때는 영양실조까지 걸렸을 정도로 궁핍했던 시절을 겪은 그런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젊은 배우에게 수퍼맨이라는 영화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180도 바꿔 놓았습니다. 

그가 수퍼맨에 출연한 이후, 크리스토퍼 자신이 바로 세상의 수퍼맨이 되었습니다. 항상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러 나타나는 그런 사람의 대명사, 그리고 힘이 없고 약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남성을 두고 수퍼맨, 여성을 두고 수퍼우먼이라고 하는 대명사가 생겨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그의 영화와 그의 출현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불행히도 승마경기 도중에 낙마하여 전신마비라는 중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승마경험이 많은 그였지만, 말에서 떨어져서 입은 상흔은 쉽게 낫지 않았고 그에게 남은 인생을 거의 식물인간의 상태에서 살아가야 하도록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기회를 통해 이 세상의 진정한 '수퍼맨'이 되도록 결심하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리브 재단을 설립하여 자신과 같이 평생 마비증상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는 이들을 돕는 일에 헌신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가 영원히 수퍼맨으로 남을 것으로 사람들이 기대했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2004년 10월 10일에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버렸습니다. 비록 그가 떠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크리스토퍼 리브를 기억하며 수퍼맨으로서 항상 희망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주었던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크리스토퍼를 바라보면서 참으로 놀랍고도 숨겨진 신앙의 진리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이름 크리스토퍼가 지니는 영성을 이 수퍼맨 크리스토퍼가 실현해 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떤 차원에서 그의 이름과 그의 생애가 하나의 영성을 보여주는 길이 될까요?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은 Christopher라고 영어로 씁니다. 이는 다시 그리스어 Χριστοφορος (크리스토포로스)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발음이 되는 대로 로마 알파벳으로 변환시킨 것이 Christophoros입니다. 이는 두 부분으로 나누게 되는데, 전자는 기름받은 구세주라는 뜻의 그리스도 (Χριστο), 그리고 운반하는 사람,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남성명사 φορος (포로스)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두 남성명사의 합성명사가 크리스토포로스입니다. 그렇다면 뜻은 어떻게 될까요? 구세주를 전달하는 사람, 구원의 기쁜 소식 (희망)을 전하는 이라는 뜻을 지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야말로 복음의 전달자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그런 형제가 되는 것입니다. 비록 진정한 구세주 수퍼맨은 우리에겐 예수 그리스도이시지만, 적어도 그런 수퍼맨을 연기하고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크리스토퍼 리브였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 이름이 크리스/크리스티나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 크리스토퍼의 다양한 변형이 바로 남자는 크리스 (Chris), 여자는 크리스티나 (Christina)입니다. 직역하는 남자 그리스도인, 여자 그리스도인이라는 뜻이며,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에 담긴 희망의 전달자라는 그리스도교 신자의 본질을 생각하면, 크리스나 크리스티나라는 이름을 세례명으로 사용하는 모든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건설하고, 희망을 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영성이 보이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비록 이 수퍼맨, 수퍼우먼으로 모든 것을 이뤄내는 그런 만능과 완벽의 인간이 될 필요도 없지만, 그리고 완벽한 그리스도인은 결코 필요치 않지만, 적어도 우리는 우리 자리에서 언제 어디서나 삶의 고난 속에서도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신앙인의 삶을 살아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인간으로 오시어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희망을 바라도록 이끄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언제나 긍정과 희망이 가득한 신앙여정을 걷도록 특별히 초대된 이름을 가진 크리스/크리스토퍼/크리스티나 형제 자매님들께서는 희망으로 구원되는 우리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시는 교우들이 되신다면 더없이 기쁜 소식이 될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로마 8,24-25)

댓글

  1. 제 세례명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답글삭제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8] 세례명 '소피아' (Sophia)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요?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제가 어린 시절에 문방구에 가서 물건을 살 때면, 항상 저보다 더 나이가 많았던 형들이 그 문방구에서 옆의 소피 마르소의 사진으로 코팅이 된 책받침을 많이 사가는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미모가 출중하고 많은 이들의 여신으로 추앙받을 만하였기 때문이겠지요. 옆의 사진이 근래의 사진이라고 하며, 어린 시절의 전설의 사진들을 검색하여 보면, 지금 여느 아이돌을 능가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인으로 나타납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프랑스어로 표기하면 Sophie Marceau가 됩니다. 프랑스어식 발음으로 '소퓌 마~르소'가 되겠구요. 특별히 그녀의 이름인 이 'Sophie'는 서양에서는 아주 많은 이름이고, 이것은 우리가 살펴볼 '소피아'의 프랑스어식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이 이름은, 영어로는 Sophie라고 해서 불어식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고, 그리스어나 독일어에서는 Sophia라고 하며, 그리고 러시아어 등의 슬라브어 계열에서는 Sofia 혹은 Sonia(소냐)라고 합니다. 그래서 슬라브계열의 여성 이름들 가운데 소냐가 많은 경우가 있는데, 이 'Sonia(Sonya)', 즉 '소냐'라는 이름은 모두가 Sophia, 즉 소피아라는 이름의 변형이라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그럼 이 소피아 혹은 소냐라는 이름이 지니는 뜻은 무엇일까요? 원래 이 이름은 그리스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Σοφια (Greek)라고 하는 여성명사에서 기원이 되었는데, '소피아'라고 읽고 그 뜻은 '지혜' (智慧,wisdom)입니다. 원래 이 소피아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철학에서 자주 등장하던 단어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파르메니데스 등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그렇게 갈구하던 단어이고, 서로 저마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