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오늘의 복음묵상] 아래로부터의 희망

[주님 승천 대축일] 마르 16,15-20

두바이에서 처음으로 버르 칼리파를 방문했던 시절을 회상해봅니다. 총 2번의 기회가 있었고, 두번 모두 다녀오니 더 이상의 흥미가 없어졌습니다. 비싼 티켓을 주고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쉬지 않고 바로 전망대까지 가버리니 말입니다. 그리고 전망대에서도 그냥 두바이의 전경을 구경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를 것이 없습니다. 차라리 아래층부터 차근차근 좀 둘러볼 수 있게 하였더라면 좀 더 흥미로웠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엘리베이터와 관련되는 농담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스님과 신부님 사이에 있었던 농담이라고 합니다. 하루는 스님이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천주교는 좋겠습니다." 

"아니 왜 그러십니까, 스님?"

"천주교는 엘리베이터에 타기만 하면 곧장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데, 우리는 수계생활을 해서 계단을 쉼없이 올라가야 하니 말입니다. 끝에 당도할 수 있을지도 모르구요."

"아 그런가요 스님?"

이렇게 가톨릭신앙이 다른 자연종교보다는 좀 더 수월하게 구원에 당도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로 표현한 농담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을까요? 그것은 바로 가톨릭교회가 "아래로부터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시는 임마누엘 주님의 약속을 부여잡고서, 언제나 아래로부터의 희망을 간직하고 '상승하는 교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신원의식이 바로 승천이 가르쳐주는 믿음이요 희망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톨릭교회에서는 인간을 두고 '순례자 인간(Homo viator)'이라고 라틴어로 표현합니다. 지금의 현세로부터 상승하는 희망의 여정을 따라서 계속해서 나그네로 걸어간다는 것이지요. 걸음을 멈추지 말라는 격려의 메시지도 함께 말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가톨릭교회는 법보다는 보편구원이 더 선행하고, 위로부터의 명령보다는 아래로부터의 희망에 더욱 더 집중할 필요가 현대 가톨릭교회에서 더욱 요구됩니다. 성령강림도 이런 목적을 강화하고 여기에 필요한 다양한 은사와 조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기념하는 것입니다. 아래로부터의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늘 우리 가톨릭신앙은 항상 산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40] 세례명 '로사' 혹은 '로사리아'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요?

세상에 많은 꽃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꽃들은 자신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꽃잎의 크기, 색상, 그리고 생존하는 시기나 다른 여러 특성들에 따라 각자의 개성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역사와 시대를 거치면서 생겨난 여러 가지 사화(史話)와 연관되어서, 동서양에서는 이른바 '꽃말'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꽃은 전통적으로 이것을 의미한다'는 하나의 사회적 통념이 형성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화의 꽃말은 성실, 청초함이라고 하고, 라벤더는 기대, 침묵이라는 뜻이며, 백합은 순결하고 고결함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꽃말을 지니고 있는 다양한 꽃들과 우리는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살펴볼 이 '로사' 혹은 '로사리아'라는 세례명은 어떠한 뜻일까요? 그리고 어떤 꽃과 연관되는 것일까요? 아주 잘 아시다시피, Rosa or Rosalia라는 이름은 장미꽃 (Rose)를 의미하는 이름입니다. 라틴어 Rosa가 장미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그 안에 새로운 앎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즉 북유럽에는 잘 아시다시피 바이킹들이 살았습니다. 이들은 배를 타고 다니면서 서유럽 여러 나라를 정복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10세기에 프랑스 Normandy (노르망디)를 정복한 고대 스칸디나비아인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을 가르켜 Northman이라고 하였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북쪽이라는 명사를 사용할 때 North라고 지칭하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북에서 내려온 고대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영국과 게르마니아 지역 (현 독일 지역)에 진출하였고, 그러면서 고대의 노르망디어와 고대 게르마니아어(독일어)가 혼합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고대 게르마니아어로 hrod이라는 단어는 원래 뜻이 fame (명예)이고, heid는 sort, k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