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49] 세례명 '필립보' (Philip)에는 무슨 뜻이 있을까요?

Gerald Philips (1858,10,9~1942,1,26)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가전회사 가운데 하나가 필립스(Philips)입니다. 박지성과 히딩크감독으로 유명했던 축구클럽을 가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Eindhoven)에 1891년에 창립한 회사입니다. 좌측에 보이는 설립자 제랄드 필립스와 그의 아버지 프레데릭 필립스(Frederik Philips)이 함께 필립스 가문의 회사로 최초 설립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백열등과 전기기술장비를 만들기 시작하였고, 후에 전기면도기, 비디오카세트, 티비와 모니터 등등 다양한 가전기기를 생산하게 되어, 굴지의 세계적 가전회사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비록 여러 사업부문을 다른 회사들에 매각했지만, 여전히 필립스라는 이름을 달고 영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에 필립스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Innovation and You"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혁신)을 천명하였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스로 혁신을 더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전수'해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 창업자의 성(Family Name)가 필립스(Philips)라는 사실, 그리고 그 회사가 현재까지 추구하는 가치가 원래 이 이름이 가지고 있는 뜻에 일치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욱 더 흥미로운 신비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 이름이 지니는 어원적인 본래의 뜻이 무엇이고, 그것 안에 담겨진 영성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필립스라는 이름은, 원래 어원인 그리스어 '필리포스'의 영어식 표기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원어로는 어떤 뜻일까요?

어원적으로 이 이름은 그리스어로부터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 이름은 그리스어로 Φιλιππος (Philippos)라고 하고 '필리포스'라고 읽습니다. 다시 이 단어를 두 단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우선 φιλος (philos) '필로스'라고 해서, 그 뜻은 "friend, lover" (친구, 벗, 사랑하는 이)을 지칭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부분은 ‘ιππος (hippos) '히포스'라고 하며, 그 뜻은 "horses", '말들'을 지칭합니다. 그래서 종합하면, 그 뜻은 '말들(horses)'의 친구, 말들을 사랑하는 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friend of horses). 그리고 '말들'은 전통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사람을 나르는 기본교통수단'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됩니다. 그래서 종합하면, '여러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또 그들을 움직여 목적지로 이동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원적 의미에 부합하는 영성적 의미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복음서에 기록된 바에 따른다면, 필립보는 그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던 12사도 가운데 한명입니다. 요한복음 1장 45~46절에 나타나듯이, 필립보는 나타나엘을 그리스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요한복음 6장 5~7절에 나타나듯이, 필립보는 예수님의 시험을 받으면서 이렇게 답합니다. 

“저마다 조금씩이라도 받아 먹게 하자면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요한 6,7)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자신과 여러 사람들이 주님 자신과 주님의 업적을 믿을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한복음 12장 20~21절에서는 그리스 출신의 사람들이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필립보에게 찾아가서 “선생님,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 (요한 12,21)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래서 필립보가 형제지간인 안드레아에게,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이야기해서 그들이 주님을 뵙고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필립보는 여러 사람들을 주님과 연결시켜주는 '중개인'이며, 여러 사람들에게 믿음의 힘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를 통해서, 마치 가전회사 필립스의 모토처럼, 우리 각자에게 다가오는 변화, 혁신이 가능하도록 돕는 주요인물이 되었습니다. 이름 속에 담겨진 이 깊은 뜻을 다시금 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필립보의 이름에 담겨진 '믿음과 말씀의 배달부'라는 영성을 기억하며, 주변에 지치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 현실에서 의심과 두려움에 싸여서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는 이들을, 희망과 위로의 주님, 치유와 사랑의 주님께로 운반하고 이끄는 것이 이 '필립보'라는 이름 속에 담겨진 하느님의 섭리이자 '뜻'이 아니겠습니까? 세계적인 가전회사가 지구촌 사람들 전체와 함께 '동반'해왔듯이, 누구든지 '필립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런 '사랑스러운 동반자'라는 영성적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선생님, 예수님을 뵙고 싶습니다.” (요한 12,21)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29] 세례명 '율리오/율리아' 혹은 '율리안나 (율리아나)'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것일까요?

루카복음 20장 25절의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루카복음 20장 25절 말씀 형상화 "카이사라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이것은 바칠 것이 있다면 그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드리는'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당시 세금논쟁을 예수님과 벌이고자 하였던 로마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사실 그 카이사르의 것도 주님의 것이기는 하지만, 카이사르가 가져야할 몫을 부정하지는 않으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긍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신앙적으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점을 부각시킬 때에 많이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로운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로마 공화정 시대에 실존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입니다. 이 '카이사르'라는 말은 로마 시대의 통치자, 황제를 지칭하는 호칭이었기에, 그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는 막강한 권력이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이 '율리우스(Julius)'라는 라틴어로 된 남성의 이름입니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은 바로 제우스 (Zeus) 신입니다. 그리고 로마신화로 넘어오면, 그 신은 바로 주피터 신(Jupiter)이 됩니다. 그래서 '율리우스(Julius)'라는 이름은 바로 이 신중의 신, 왕중의 왕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을 봉헌한,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남성을 두고 '율리우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의 이름을 바로 율리안나(율리아나, 쥴리엔, Julien)으로 표기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도로 바친 사람으로서, 로마공화정의 최고의 통치자로 역할을 하였던 사람입니다. 또한 반대로 '주피터' 신이 그를 통해 모든 권능을 부여한 사람...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9] 세례명 '젬마'에는 무슨 뜻이 있는 것일까요?

술모나의 성녀 젬마 매년 5월 12일에는 이 이태리 술모나의 성녀 젬마를 기립니다. 이 젬마 성녀는 이태리 술모나 교구에 속한 고리아노 시꼴리(Goriano Sicoli)에 은둔소를 짓고 42년동안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하느님의 은총으로 인해 성덕을 쌓았고, 성녀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성녀 젬마 갈가니 또한 매년 4월 11일에는 이태리 토스카나 지방의 카밀리아노(Camigliano)에서 태어난 젬마 갈가니라는 여인은 예수 고난회 수녀가 되기를 희망하였습니다. 마침내 고난회의 수녀가 된 이후에, 그녀에게 많은 환시와 악마의 습격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손과 발에 뚜렷한 오상의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1903년 4월 11일 선종한 후, 그녀에 대한 대중신심운동이 일어났습니다. 1940년 5월 2일 교황 비오 12세에 의해 성녀품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인 루까(Lucca)라는 곳에 있는, 성녀 젬마 갈가니 성당에 유해가 모셔져 있습니다.  이렇게 두 젬마 성녀는 교회 안에서 완덕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젬마라는 그 이름 자체에 대해 궁금증이 더해 갑니다. 과연 이 젬마라는 이름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젬마, 즉 Gemma라는 이름은 중세 이태리에서 부르던 별명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이 이태리식 여성이름인 젬마는 원래 뜻이 'Gem'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영어단어인 이 'gem'의 뜻은 '보배, 보석'이라는 뜻입니다. 아주 귀중한 보석의 원석을 두고 gem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비유적으로 '자랑거리'라는 뜻도 가지게 됩니다.  이 젬마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13세기의 유명한 거성(巨星)인 단테의 부인이름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그 부인은 단테의 명성에 힙입어, 얼마나 귀하고도 보배로운 여인이었겠습니까? 그런 별명에 의해서 ...

['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11] 세례명 '글라라'에는 어떤 뜻이 담겨져 있을까요?

아씨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지하에 모셔진 글라라 성녀 유해 앞에서 프란치스코란 이름의 영성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 안에는 '자유'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글라라'입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성 글라라 봉쇄수도원의 창립자, 전세계에서 가장 큰 여성봉쇄수도원을 지칭하는 성 글라라 수도원의 최초의 영적 어머니, 이 글라라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도 그러했듯이, 글라라라는 이름도 라틴어에서 유래하였습니다. 두 사람 모두 12~13세기 중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구약의 히브리어나 신약의 그리스어가 아닌 대중적인 라틴어로부터 이름을 따왔던 것입니다. 라틴어로 보면, 이 글라라는 철자가 Clara입니다. 이는 남성형용사 Clarus의 여성형입니다. 그래서 Clara입니다. 다시 이 형용사의 뜻을 살펴보면, 'transparent, clear"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라틴어 Clara가 스페인어로 와서는 그대로 Clara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이 계란의 흰자 부분을 두고 'clara'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투명함이 백색으로도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태리어로는 Chiara (끼아라), 프랑스어로는 Clare (끌레르), 영어로 Clare (클레어)로 표기하고 발음합니다. 독일어로는 Klara라고 하고, 참고로 독일어에서는 '설명'이라는 명사가 Erklärung이라고 하여서, 상대를 두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을 두고 '설명'이라고 정의하는 독일어식 뉘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국문표준법상, 우리나라의 첫 음절은 ㅋ, ㅌ, ㅍ 등은 그보다 약한 소리인 ㄱ, ㄷ, ㅂ로 표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클라라'가 되겠지만, 한국표준법에 따라서 '글라라'가 됩니다. 같은 경우로 Pet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