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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속에 '영성'이 있다 34] 세례명 '마르타' (Martha, Marta)는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베타니아의 성녀 마르타

"마르타, 마르타, 당신은 많은 일 때문에 
걱정하며 부산을 떨지만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입니다. 
사실 마리아는 그 좋은 몫을 택했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입니다." 

(루카 10:41~42, 200주년 신약성서)

매년 마르타 성녀 축일을 지내면서 듣게 되는 복음이 루카복음 10장 38장부터 42장 혹은 요한복음 11장 1절부터 57절 라자로의 부활사화 가운데 일부분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단 이 두 마르타가 동일인물인지에 대한 의문에 부닥치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성경학자들이 밝힌 바에 의해, 이 두 복음에 등장하는 마르타는 베타니아 고을(예루살렘에서 동쪽으로 3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역) 출신이며, 그녀의 남동생은 라자로, 여동생은 마리아(베타니아의 마리아)라고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며, 동시에 그녀의 여동생 마리아는 여느 다른 마리아, 특히 나자렛 출신의 성모 마리아와 다른 인물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르타와 마리아의 비교를 통해서 우리는 자주 활동과 믿음, 신앙과 실천 사이의 딜레마에 대한 강론이나 신앙적인 담화를 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과연 이 '마르타'라는 이름 그 자체의 어원에서 무엇인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구심도 가져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그 이름 속에 나타나는 영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한번 심층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우선, 이 '마르타 혹은 마르테' (영어로 Martha, 이태리어로 Marta, 프랑스어로 Marthe)라고 지칭하는 이름의 어원은 히브리어와 아람어 두 가지로 나뉘어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는 구약성경을 최초로 기록할 때 사용한 성경 히브리어를 이야기하고, 현재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어의 조상격인 언어가 됩니다. 그리고 히브리어가 중간에 변화를 겪게 되는데, 마치 우리 한국인들이 일본 식민지를 거치면서 우리말에 일본어가 많이 섞여서 변화가 되었듯이, 이스라엘 주위를 지배하고 있던 바빌로니아 국가들의 식민지 유배를 경험한 후에 변화된 언어(페르시아어 계열, 현재의 이란어가 페르시아어 계열이며, 이는 현대의 아랍어와 많이 다른 별도의 언어임)를 두고 아람어라고 합니다. 최초의 히브리어와 유사하지만, 약간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언어로 간주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선 히브리어로는 이 이름 어원이 מרתא이고, 이 뜻은 '안주인 또는 여제(女帝)'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 어원으로부터 유추한다면, '마르타'라는 이름은 '안방의 실세인 여인' 혹은 '(가정이나 조직의) 실무를 책임지는 여인'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아람어의 어원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마라드타' מָֽרָדְתָּא (maradtta)라고 하겠습니다. 이 단어는 형용사로 영어로 번역한다면 'rebellious', 다시 말해 '반항하는, 거부하는' 등의 주로 부정적이고 기본가치를 거부하는 사람으로 이해하는 말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런 양자를 종합한다면, '마르타'라는 이름이 가지는 뜻은 '모든 실무와 실권을 가지고 책임지는 여인'인 동시에, 기본가치나 질서를 때로는 '반항하고, 거부하는' 그런 용기와 소신이 강한 여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주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있던 자기의 여동생 마리아를 꾸짖지 않으시냐고 주님께 용감히 '반항하는' 뉘앙스를 지니면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결코 그러한 반항이나 거부 등의 부정적인 용기나 소견이 전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주님으로부터 더 좋은 것,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재확인을 받는 하나의 모티브로 작용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녀가 열심히 일하고 여러 가지에 대해 신경도 쓰는 '실무자'이면서, 자신을 돕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사람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용기있는 저항가'이지만, 결코 모든 것을 완전히 멸시하지 않는 그런 겸손함과 수용력도 동시에 갖춘 여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역사적 전통에서는 이 마르타 성녀를 마리아 막달레나와 대등한 여성사도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이 마르타라는 이름을 붙인 곳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무래도 교황청 내의 바티칸 근무 주교님들 혹은 손님주교님들께서 머무시는 'Casa Santa Marta' (마르타 성녀의 집)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마르타 성녀처럼 많은 것을 보살피는 집이고, 현재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거주하시는 집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곳이지요. 

결론적으로, 이 '마르타'라는 이름을 지닌 자매님들께 어울리는 영성은 바로 '강인한 소신과 용기를 지니면서도, 모든 실무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여인이 되는 것'이 되겠습니다. 또한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협조적이지 않는 이에 대해서 자꾸 질책하지 않는 그런 겸손함'도 요구되는 것입니다. 업무와 실천에 함몰되어서 본래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지 않다 보면, '사람이 일을 통하여 발전하는 것이지, 일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는 상식적인 가치관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이야기하시는 '가장 소중한 한 가지'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느님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일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런 관점을 이야기합니다. 주 하느님의 관점으로, 신앙의 관점으로 본다면 그것 하나가 제일 중요한 것이기에, 마르타의 고생과 염려는 주님이 결코 무시하지는 않으시나 그것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시고자 동생 마리아의 몫이 더 좋다고 하셨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신앙과 실천, 활동과 성과, 일과 삶의 딜레마가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런 긴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때로는 고통을, 때로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며 다이내믹하게 인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런 긴장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도하는데, 그러면 거의 무미건조하고 단순하고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실에서 오히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마르타처럼 '강인하고 용기있으면서도 마침내는 주님께서 가르쳐주시는 믿음의 교훈을 받아들이는 수용적 자세'가 항상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귀결을 늘 명심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성실하고 유순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마르타가 대답하였다. 
"예, 주님. 주님은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된 그리스도요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습니다."" 
(요한 11:27, 200주년 신약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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