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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묵상] 자비가 '자녀'를 만나는 그 순간

2016년 4월 3일 부활 제2주일

오늘은 1년 가운데 아주 특별한 주일입니다. 부활 제2주일이면서 하느님의 자비주일이라는 특별한 명칭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2000년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하느님의 자비심에 대한 신심이 투철했던, 폴란드의 성녀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를 시성하시면서, 이 주일을 특별히 하느님의 자비주일로 명명하신 후부터 가톨릭교회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올해가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해라는 특별희년이기 때문에, 자비의 해에 맞는 하느님의 자비주일은 더욱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됩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상징하는 단어는 구약에서는 rehem, 즉 자궁의 복수형인 rahamim(라하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 깊은 의미를 생각해보면, 우리 자녀들의 모든 약점들과 상처들을 당신의 생명력으로 품어서 다 정화시켜주신다는 점을 의미합니다. 

당신께서 부활하셨다는 점은 하느님 자비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해야 비로소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주 예수님께서 우리를 홀로 내버려둘 수 없으셨기에, 끝까지 순종하여 십자가에 뭍히셨으며, 끝내 부활하셔서 승천하셨고, 성령을 보호자로 보내주시면서 세상 끝날까지 우리 믿는 자녀들과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해주시겠습니까? 우리는 그렇게 애절하게 끓는 자비를 얼마만큼 느끼고자 갈망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자녀'이고, 당신이 우리를 항상 보살펴주시는 사랑이 '자비'라면, 자비는 항상 자녀를 만나려고 우리 곁에 늘 서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냉담하고 무심하게 그 자비를 관망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별 관심이 없는, 그 자비의 능력이 얼마나 깊고 크고 위대한지에 대해 생각해볼 여력조차 없이 지낼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위기와 상처, 좌절과 분노, 절망과 슬픔 등등 감당해내기 힘든 일상의 시련들도 버거운데, 어떻게 주님의 사랑을 묵상하고만 있을 수 있냐면서 절규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게 우리의 일상이라는 점도 너무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자비는 이런 자녀를 그 비통함에서 건져내려는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강물에 빠져있는 어린이에게 튼튼한 동아줄을 던져주어서 그 강물에 빠지려는 위기에서 건져내려는 그런 마음이 주님의 자비심입니다. 그렇게 우리를 언제든지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 사도의 의심 이야기에서 나오듯이 우리의 의심과 불신과 교만과 조급함은 이런 자비심의 동아줄을 일단 거부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자녀의 소중함을 알고 계시기에 계속해서 자비의 로프를 계속해서 우리에게 건네십니다. 이제는 잡아야할 때입니다. 우리가 더 이상 늦기 전에 당신의 자비심이 던져주시는 구원의 로프, 부활의 동아줄을 잡고 그분을 만나러 어서 가야하겠습니다. 자비가 '자녀'를 만나는 그 깊은 신비의 순간, 기쁨의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우리는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부활하셔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고자 하신다는 점에 대해 더욱 깊이 묵상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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