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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묵상] 믿음의 시간은 항상 '현재'이다

2016년 1월 24일 연중 제3주일

루카 1,1-4; 4,14-21

우리가 자주 듣게 되는 격언 가운데 하나가 바로 'Carpe diem' (카르페 디엠)입니다. 본래, 단어 그대로 '카르페'(Carpe)는 '뽑다'를 의미하는 '카르포'(Carpo)의 명령형이였으나, "즐기다, 잡다, 사용하다, 이용하다"라는 뜻의 단어의 의미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디엠(Diem)은 '날'을 의미하는 '디에스'(dies)의 목적격으로, '디에스'의 목적격입니다. 그래서 하루를 '즐기다, 잡다, 이용하다.'라는 뜻을 나타내게 되며, 삶의 태도에 있어서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지내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자주 회자됩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도 이런 내용과 맞닿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루카 4,21) 그래서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오늘 루카복음의 서두에 이렇게 등장합니다. "이는 귀하께서 배우신 것들이 진실임을 알게 해 드리려는 것입니다." (루카 4,4) 왜 이렇게 기술하였을까요? 성경학자들에 따르면, 루카복음의 그리스어 문체는 이전에 기록되었다고 여겨지는 마르코복음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합니다. 좀 더 그리스어의 느낌을 살린, 그러니까 완전히 예수라는 인물을 알지도 듣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그분의 이야기를 접한 후에 자신들이 사용하던 당대의 그리스어로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루카복음과 사도행전을 그리스어 원문으로 읽으려면 좀 더 복잡한 문법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의 그리스어 수업에서도 중급자 이상의 수업에서 루카복음과 사도행전을 읽습니다.

종합하면 이 구절들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바로 '믿음의 시간은 항상 현재이다'는 것이지요. 즉, 신앙도 Carpe diem이 통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행하셨고, 전혀 예수라는 인물을 알지도 못하던 로마의 기사계급 정도의 '테오필로스' (루카 4,3)에게 예수를 소개하면서 믿음을 전해주고자 하였던 자세 또한 '현재'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앙의 시간은 항상 '현재'입니다. 

우리의 일상으로 무대를 옮겨 온다고 하더라도, 이런 가르침이 변할까요? 오히려 더욱 더 공고하게 자리잡기를 요청합니다. 우리들도 일상생활 뿐만이 아니라 말씀을 듣고 친교를 나누며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항상 우리의 믿음이 '현재'이길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오늘 하루도' 즐기면서 의미있는 날로 '사용'하시라는 것이고, 특별히 '주일미사전례'를 참여하게 되는 그런 '날'이라면 더욱 더 '현재'에 집중하는 그런 '날'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모든 인간이 자기의 온갖 노고로 먹고 마시며 행복을 누리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선물이다." (코헬렛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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