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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묵상] 요르단강이 신앙속에서 차지하는 의미

2016년 1월 4일 월요일

마태 4,12-17, 23-25


오늘 마태오복음에서는 예수님이 이미 성인이 되셔서 기적과 가르침을 펼치시는 때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공생활이라고 하여서, 예수님께서 공공의 장소에서 하느님의 업적과 성경의 말씀을 해설하여 주셨던 시절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주로 등장하는 배경장소가 요르단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왜 요르단강이 중요한 것일까? 거기에는 지리적, 민족적, 신앙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지리적인 이유란, 사막성 기후에서 강이 나라 전체를 관통한다는 것은 상당한 축복에 해당됩니다. 식수와 농업용수를 강에서 공급받을 수가 있으니 얼마나 귀하고도 귀한 강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강의 퇴적작용을 통해 강주변에는 반달형의 퇴적층이 생성되어서 거기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자신들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요르단강은 지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강이 됩니다. 

또한 민족적으로도 중요한 강(민수 32장 참조)이 됩니다. 이스라엘이 원래 12지파로 구성되었고 각각의 지파들이 저 약속된 땅에 정착하게 되면서 나라가 형성되었습니다. 그 12지파 가운데 대다수가 요르단강을 기준으로 할 때에 동쪽에 정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순수 이스라엘 사람들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요르단강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볼 때에 반대로 다른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을 이민족들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겠지요. 또한 남쪽에 자리잡은 유다지파가 결국에는 이 12지파의 영토를 통일시킴으로써, 이 지역을 유다지파의 나라, 즉 유다이즘 혹은 유대교의 나라라고 지칭합니다. 그리고 그 첫째 왕이 바로 다윗이고 그의 아들이 솔로몬입니다. 그래서 요르단강은 민족적인 경계선과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그런 강이 됩니다.

그러므로 신앙적으로 중요한 강이 됩니다. 이제 요르단강을 건너야, 예루살렘도 베들레헴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성전이 있고 예수님이 태어난 고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유다이즘과 그리스도교로 입문하기 위한 관문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님과 다른 이방인들(이스라엘 기준으로 볼 때의 이민족들)이 세례를 통해 이스라엘 안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로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요르단강은 참으로 관문이 되는 강입니다. 또한 예수께서는 요르단강 건너편으로도 가셨다는 점은 신앙의 보편성을 의미합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신앙이 그리스도교라는 점을 지시해주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풍요와 경계, 그리고 보편적 관문이 되는 요르단강을 통해 이스라엘인이 아닌 이들이 이스라엘로 진입하였고, 신앙인이 아닌 이들이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물로만 세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으로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신다고 요한 세례자는 증언합니다. 비록 우리가 당장 항공권을 구매하여 요르단강을 방문할 수는 없지만, 이런 요르단강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나중에 요르단강을 보았을 때에 의미가 다르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유다 지방과 요르단 건너편으로 가셨다. 그러자 군중이 다시 그분께 모여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늘 하시던 대로 다시 그들을 가르치셨다." (마르 10,1)



댓글

  1. 올려주신 지도에서 요르단 강은 우선 지리적인 이유란, 사막성 기후에서 강이 나라 전체를 관통한다는 것은 상당한 축복에 해당된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이 가네요. 요르단 강 하면 세례자 요한이 이강에서 세례를 주었고, 예수님도 이 강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것만 크게 부각되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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