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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알면 '뜻'이 보인다 3] 왜 성경을 영어로 Bible이라고 표기할까요?


성경에 대한 한자적인 뜻은 앞선 글에서 설명하였습니다. 그럼 이제는 왜 영어로는 Bible이라고 표기하는 것일까요? 그 유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여기서도 그리스어가 중요합니다. 거듭 말씀드리겠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들의 가장 먼 조상이 바로 그리스어입니다. 그리고 그 그리스어를 라틴 알파벳문자로 음역(音譯)해서 표기된 것이 라틴식 표기입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어 알파(α)가 라틴어 아(a, 영어에서 '에이'라고 발음함)에 상응하는 논리로, 라틴어화한 것들이 많습니다. 라틴어는 로마를 둘러싸고 있는 지방 이름이 라티움(Latium)인데, 여기서 사용되는 말이라고 해서 라틴어(Latino)라고 호칭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라틴어에서 각각의 유럽어들로 분화 및 발전되어서 오늘날의 주요 5개 유럽언어(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태리어)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영어단어 Bible 또한 동일한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스어로 낱권의 책을 지칭하는 단수명사가 βιβλιον (biblion, 비블리온)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명사입니다. 참고로 그리스어와 라틴어에는 명사에 남, 여, 중성이라는 성(gender)이 존재합니다.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들에서는 아직 유효합니다. 남성명사와 여성명사가 아직 존재하는 언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낱권들을 지칭할 때에는 '비블리온'이 됩니다. 그런데 성경은 결과적으로는 한권의 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여러권의 낱권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래서 중성명사 복수형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 중성명사 복수형이 바로 βιβλια(biblia, 비블리아)입니다. 그리고 이 복수형의 명사를 라틴어로 음역한 단어가 Biblia였고, 그것이 아직도 그대로 적용되는 언어가 스페인어입니다. 스페인어에서는 성경을 여전히 Biblia라고 표기하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태리어가 Bibbia (빕비아), 프랑스어가 여성단수명사로 la Bible (라 비블)이라고 사용합니다. 많은 영어단어의 경우, 바다 건너편 이웃인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많습니다. 이것도 동일한 원인에 의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영어에서 Bible(바이블)이 탄생합니다. 그래서 이 바이블이란 명사의 본질에는 항상 '복수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배경지식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정경'(Canon)이라는 것입니다. 그리스어 명사 κανων(Canon, 카논 혹은 영어식으로 캐넌)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뜻은 '척도, 표준'이라는 의미입니다. 카메라와 인쇄기기 생산업체인 Canon이 왜 자기네 이름을 그렇게 붙였는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캐넌이라는 것이 왜 성경과 연관이 되는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기록한 버전들이 너무나 다양했는데, 거기서 우리 신앙의 '표준' (Standard)이 될 수 있는 책들만 엄선해서 선정하였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로마 가톨릭은 정경(Canon)의 수를 정할 때 구약 46권으로, 유다교와 프로테스탄트는 구약 39권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래서 가톨릭과 유다교 및 다른 그리스도교 교파들과 차이가 나게 되는 것입니다. 다행히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모두 신약 27권을 공히 정경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가톨릭에서는 정경이 73권이고, 개신교에서는 66권이 됩니다. 

더불어, 성경학자들의 연구에 따라 각각의 책들이 집필된 시대도 다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구약의 경우 탈출기가 먼저 집필이 된 책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창세기는 아주 후대에 집필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신약의 경우 바오로서간이 제일 먼저 쓰여졌고, 복음서 가운데서는 마르코 복음이 가장 먼저 기록되었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지금 보는 순서대로 성경이 편집된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신앙'의 유익을 위한 사목적인 배려입니다. 그것은 구약과 신약이 연속성을 가지면서 구원사를 펼쳐나간다는 교회의 믿음에 근거해서, 사목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편집해서 한권의 성경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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